“로컬 콘텐츠 힘으로 지역 소멸에 맞서자”... 정부·민간·대기업 한 자리에
홍대, 이태원, 성수,
그리고 국내 최고 여행지 제주.
강릉, 양양, 경주, 전주에 이르기까지
로컬(local·지역)이 가진 힘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8일 세종특별자치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 전문위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로컬 콘텐츠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원에서 나온 내용물을 말한다. 강릉 커피, 양양 서핑, 영동 와인, 제주 녹차와 화장품이 좋은 예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사회가 자생적으로 창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과 로컬 창업 생태계 조성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추진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정과제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학계와 민간 전문가와 교육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정부 부처 고위급 실무자들이 자리해 머리를 맞댔다.
로컬 생태계 구축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그 밖에도 지역 살리기에 전념하는 주요 대기업 관계자를 포함해 민간 전문가, 관계 부처, 학계에서 50여 명이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다.
전문위원들은 ‘지역다움(로컬리즘)’이라는 주제로 로컬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모종린 교수는 “앞서 언급한 도시를 살펴보면 개인 라이프스타일(생활방식)에서 시작한 로컬리즘이 지역 문화로 자리 잡고 확장을 거듭해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앞으로 관건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형성한 이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도와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 번째 세션 대기업 로컬 브랜딩에서 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과 이형기 신세계백화점 컨텐츠전략팀장은 대기업이 나서서 로컬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를 나눴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은 패션 전문기업이 가진 멋스러움을 로컬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얹었다.
에피그램은 으레 다른 패션 브랜드처럼 계절별 제품 화보집(룩북)을 찍기 위해 해외로 떠나지 않는다. 대신 국내 소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다수 소비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로컬스러움’을 담는다.
2017년 가을 제주에서 시작한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는 하동, 고창, 청송, 고성, 논산, 강진 같은 인구 소멸 지역이 가진 숨겨진 아름다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신세계 까사미아, 코웨이, 기아자동차와 연계해 프로젝트 규모를 키웠다.
한경애 부사장은 “처음에는 패션 브랜드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면서도 지역적인 아름다움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우리나라 유통을 선도하는 대기업 입지를 살려 지역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울릉도 3대 특산물은 명이나물, 왕호장, 섬말나리다.
하지만 소비자는 명이나물밖에 모른다.
그러니 현지에서도 명이나물만 키운다.
신세계는 여러 상품을 보여주고
소비자 수요를 새로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이형기 신세계백화점 컨텐츠전략팀장
신세계백화점은 유명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미식 플랫폼 ‘아워 플래닛’과 손잡고 ‘로컬이 신세계’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지역이 가진 새 먹거리와 낯선 식재료, 덜 알려진 관광지를 묶어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매일유업은 2008년 일찍부터 6차 산업 모델로 상하농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2016년 전라북도 고창에 문을 열었다.
6차 산업이란 농·축·수산업(1차산업), 제조업(2차산업), 서비스업(3차산업)이 합쳐진 산업구조로, 로컬이 가진 여러 자원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농가 소득 증가는 물론 지역 일자리 증대, 경제 활성화 같은 부가가치 효과가 크다.
상하농원에서는 농산물 생산부터 가공, 서비스, 유통까지 모든 활동이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 자체로 하나의 큰 로컬 콘텐츠 생산 기지다.
최승우 상하농원 대표이사는 “상하농원에서는 고창군 내 재배 계약을 맺은 농가와 농원에서 농부가 생산한 곡식, 채소, 과일, 우유를 참기름 공방이나 치즈 공방, 자체 레스토랑으로 보내 첨가물을 최소화한 프리미엄 먹거리로 만든다”며 “좋은 로컬 먹거리를 만드는 연구개발센터, 테스트베드 역할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만 네이버 프로젝트 꽃 리더는 농촌‧소상공인과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 상생 사례를 보여줬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브랜딩과 상품 판매에 서툰 중소상공인(SME·small and medium sized enterprise)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프로젝트 꽃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창업한 소상공인이 고유한 개성과 철학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브랜드를 키우기 수월하다.
이 밖에도 지역 정체성과 가치에 스토리를 더하는 방법, 매력적인 동네를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이 세미나에서 오갔다. 여기에 콘텐츠와 디자인 중심 지역 활성화, 로컬 크리에이터를 키우고 로컬 브랜드 상권을 육성하는 전략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우동기 위원장은 “로컬 전문위원회가 지역 소멸 위기 지역에 놓인 낙후한 상권을 살리고, 청년들이 살던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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