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고도화 '질주'하는 北… 한미도 "대화보다 억지" 초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무력 등 군사력 강화 행보를 지속하면서 내년에도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적어도 내년 11월 미 대통령선거 때까진 미국 등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또한 '대화보다는 억지'에 초점을 맞춘 대북 접근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그에 따른 '강 대 강' 대치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그리고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유도하기 위해 2018~19년 기간 이른바 '비핵화'를 화두로 한미 등과의 정상외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한미훈련이 취소·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엔 끝내 실패하자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한미와의 대화를 전면 중단했다. 그리고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다시 집중해온 북한은 작년 들어 2017년 이후 중단했던 대류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며 도발 수위를 한껏 높였다.
이후 북한은 올해도 전술핵탄두 모듈 '화산-31'의 사진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하는가 하면,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와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를 잇달아 감행하며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그들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관련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인공위성용 우주발사체 또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기에 북한의 위성 발사는 그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 북한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안보리 제재 결의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위성 발사 등 우주 개발은 자신들의 국제법상 권리란 '이율배반'적 주장을 반복하며 도발과 불법적 행동을 일삼고 있다.
특히 "만리를 굽어보는 눈(정찰위성)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ICBM)을 수중에 틀어쥐었다"(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며 정찰위성 발사의 목적이 '무력행동'에 있음을 숨기지 않은 북한은 내년 이후 그 추가 발사도 예고해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 연소시험도 실시했다고 밝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이를 적용한 새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국제평화·안전 유지에 필요한 행동을 취할 책임과 권한을 갖는 안보리에선 관련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가 다뤄질 때마다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우주발사체와 정찰위성의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적 자문을 제공했단 의심도 받고 있다. 북한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 간의 무기거래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에 맞서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도발엔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현재로선 북한 스스로 한미 등과의 대화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2018~19년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하는 척만 해선 제재 해제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따라서 북한은 내년에도 핵·미사일 위력의 고도화 등 위협을 이어가며 대화 제의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지금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는 우리가 (대북) 억지력에 더욱 집중해야 함을 의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억지' 전략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는 게 아닌 핵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 '핵 사용시 정북한 정권 종말' 같은 발언도 그런 억지 전략의 일부"라며 "북한과의 대화·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현 국면에선 억지 전략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에 맞서 우리 정부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중 일부 조항의 효력 정지란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자, '9·19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운영 등 군사적 조치를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 군도 북한의 추가 도발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나서 그에 따른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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