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4개월 만에 최대폭 흑자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데 힘입어 지난 10월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10월 경상수지가 6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5월부터 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흑자 폭은 지난 2021년 10월(79억달러) 이후 24개월 만에 가장 컸다. ‘6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도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본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경상수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상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것)가 53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승용차(21%)와 석유제품(17.7%) 수출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며 수출 회복세를 이끌었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의 질(質)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상품수지는 올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흑자였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었다. 하지만 10월에는 수출이 1년 전보다 7.6% 증가한 570억달러, 수입이 4.3% 감소한 516억5000만달러였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해 8월(7.9%) 이후 14개월 만이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1월 통관 수출 실적을 보면 반도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중국에 대한 수출도 지난해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면서 “수출이 내년에도 연간 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 논쟁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가운데 만년 적자 상태인 서비스수지(-12억5000만달러)는 전월(-31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됐다. 동남아·일본으로부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한 달 전 9억7000만달러에서 10월 6억4000만달러로 축소됐다. 또 지식재산권수지도 같은 기간 6억7000만달러 적자에서 3억4000만달러 적자로 줄었다. 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는 국내 기업의 외국 자회사가 보내온 배당 수입이 증가하면서 2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연간으로 총 3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33억7000만달러다. 산술적으로는 남은 두 달간 매달 33억1000만달러씩 흑자를 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이나 미국 경기의 둔화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글로벌 경기 연착륙을 가정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경착륙을 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동절기에는 난방 수요 때문에 에너지 수입 규모가 늘어날 수 있고, 겨울 휴가철 기간에 해외 관광이 증가하는 것도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