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삶, 우울·불안·면역저하 ‘악순환’을 끊어라
환자 10명 중 6명이 50대 이상…노화·은퇴 스트레스 등 주원인 추정
정신건강 원인 땐 인지행동치료로…하지불안증후군은 약물로 개선
몽유병·야경증 같은 이상 행동 땐 뇌전증·치매 등 뇌 질환 동반 의심
일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신체·정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면은 하루를 마친 뇌가 활동을 쉬고 재충전을 하는 과정이면서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수면량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면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건강 질환을 비롯해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에 원인을 둔 다양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2022년 수면장애 환자 건강보험 진료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9만8819명에 달했다. 4년 전인 2018년 85만5025명보다 28.5% 늘었다. 지난해 연령대별 환자 비율은 60대가 25만2829명(23.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20만7698명(18.9%), 70대 18만4863명(16.8%) 순이었다. 50~60대 연령층에서 수면장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화에 따른 몸의 생리적 변화와 함께, 은퇴시기를 맞으며 일상에서 나타난 변화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면장애에 포함되는 증상과 질환의 범위는 넓다.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자는 동안, 수면 뒤 깨고 나서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돼 나타나는 모든 문제가 수면장애와 관련된다. 불면증, 기면증, 코골이·수면무호흡 등 호흡장애, 몽유병과 렘수면행동장애 같은 사건수면, 하지불안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수면 관련 운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수면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선 환자에게서 그동안의 병력을 꼼꼼히 듣고 문진하는 단계를 거친다. 환자가 쓰는 수면 일기와 각종 질문지를 통해 잠정적으로 내린 진단을 검증하고, 수면다원검사와 신경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피는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수면다원검사에선 하룻밤 동안 환자를 검사실에 재우면서 수면의 단계와 각성 정도, 호흡, 맥박, 코골이 등 다양한 사항을 살펴본다. 수면 중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건수면이 나타나는지를 감별하기 위한 비디오 뇌파 모니터링 검사, 기면증 등 과다수면에 대한 진단을 목적으로 낮잠을 자게 해보는 다중수면잠복기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최윤호 교수는 “수면장애는 원인과 형태가 다양해 특정 증상만으로 문제를 진단하기 어렵다”며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므로 먼저 수면장애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여러 다른 방법을 활용한다. 가장 흔한 불면증을 치료할 때는 수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본으로 적용한다. 의사와 상의해 수면제를 적절히 사용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체중 감량, 금주, 옆으로 누워 자기 등 행동교정을 선행하고 필요에 따라 수면 양압기 치료를 시행한다. 양압기는 안전하게 사용할 경우 90% 이상의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일부 환자에게는 수술이나 구강 내 장치 같은 특수치료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잠들기 전 다리에 불편감이나 고통스러운 감각 증상이 나타나는 하지불안증은 대체로 뇌의 도파민계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도파민작용제 등 약물치료를 통해 개선을 끌어낸다. 사건수면 중 몽유병과 야경증 같은 수면 중 이상행동은 뇌전증이 동반돼 있는지를 감별하는 검사가 필요하다. 잠꼬대가 심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렘수면행동장애라면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수면장애 수준의 질환을 겪고 있지 않더라도 평소의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올바른 수면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먼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면 환경은 조용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게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낮잠은 되도록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편이 낫다. 햇빛이 비치는 낮 시간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카페인이 든 식음료를 섭취하거나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특히 음주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고 적당한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서 독서나 TV 시청 등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건강한 수면에는 좋지 않다. 최윤호 교수는 “많은 사람이 흔하다는 이유로 수면장애 증상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몸의 회복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일상생활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올바른 생활 습관을 통해 수면장애를 예방하도록 수면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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