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에 혼자 짊어진 돌봄의 무게[책과 삶]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나가노 하루 지음 | 조지혜 옮김
낮은산 | 280쪽 | 1만7000원
엄마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 전철 안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나’의 뺨을 때리곤 대자로 드러누웠다. 일제히 시선이 쏠렸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생이다. 그리고 이는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의 저자 나가노 하루가 일상적으로 겪었던 ‘흔한 일’ 중 하나다.
나가노 하루가 여덟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는 한때 화가를 꿈꿨지만 병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일상적인 삶마저 힘들어졌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만한 친척도 없었고, 아버지는 이혼하진 않았지만 존재감이 희미했다.
자연히 어머니를 돌보고, 주변인들의 편견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여덟 살 난 저자의 몫이 되었다. 지나치게 어릴 때부터 ‘영 케어러’(young carer)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세상은 이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저자는 어머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처럼 굳세고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대견한 효녀’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없다. 그는 말한다.
“내 인생은 거의 대부분이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시절의 후유증”이라고. 그는 인간 관계에서 ‘행동’이 아닌 ‘반응’만을 하게 됐고, 관심을 받기 위해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제2형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의연히 살아가기 위한 분투를 계속해간다.
저자는 ‘만약 세상이 나를 한 번이라도 도와줬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길에 쓰러져 있는 이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삶을 선택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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