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문장 뒤 펼쳐지는 양자역학 세계의 신비로움[책과 삶]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카를로 로벨리 지음 | 김정훈 옮김
쌤앤파커스 | 256쪽 | 1만8000원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1925년 북해의 헬골란트섬에 있었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일종인 건초열병에 걸려 휴가를 왔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섬에서 양자역학의 수학적 구조인 ‘양자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위대한 과학 혁명이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세상이란 무수한 실체들이 상호작용하는 광대한 네트워크라고 설명한다. 어떤 대상은 그 자체로는 위치가 없고, 상호작용하는 다른 대상에 대해서만 위치를 가질 수 있다. 세계와 독립돼 상호작용하지 않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광자, 고양이, 돌, 시계, 나무, 소년, 마을, 무지개, 행성, 은하단 등등…. 그러나 이 대상들은 각자 고고한 고독 속에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작용하고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려면 고립된 대상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주목해야 합니다.”
고전 물리학의 확실성은 양자의 불확실한 세계에선 여지없이 깨진다. 양자역학은 종교나 철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상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이뤄졌다는 이론은 불교의 연기(緣起)와 닮았다. 주체의 관찰에 따라 존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론은 실존주의와 닮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사고 실험으로 유명하다. 상자 안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기 전에는 ‘살아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양자역학은 이해하기 어렵다. 로벨리는 책머리에 “내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테드 뉴먼에게”라고 썼다. 그는 양자역학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대중서라지만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래도 로벨리의 아름다운 문장을 차분히 따라가면 양자 세계의 신비로움을 살짝이라도 엿본 기분이 든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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