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회, 암 완치자의 병력 ‘잊힐 권리’ 법안 가결
암 완치자에게 자신의 과거 병력을 공공기관 등에 알리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이 이탈리아 의회에서 가결됐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 상원은 지난 5일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8월 하원에서도 모든 의원의 지지를 받은 이 법안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법안은 암 완치 판정을 받고 5~10년이 지난 사람이 금융기관, 입양기관 등에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1세 이전에 암에 걸렸던 사람은 마지막 치료 이후 5년, 그 밖의 성인은 10년 내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적용 대상이 된다. 나아가 금융기관이 제3자로부터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의료기술 발달로 암 완치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투병 사실만으로 각종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이 법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선 병력 기록 때문에 대출 계약이나 보험 가입이 거절되고 입양 절차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사진)는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받아야 했던 굴욕스럽고 부당한 차별을 없앨 것”이라고 환영했고, 오라치오 쉴라치 보건장관도 “암에서 회복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종양학협회장인 프란체스코 페로니는 “더는 사회·직장·가정에서 차별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암 완치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포르투갈·루마니아 등 6개국이 이를 법제화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에 2025년까지 관련 법안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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