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 2인자 마쓰노 관방장관,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
검찰 수사 본격화…기시다 총리, 계파 탈퇴 선언에도 ‘정권 위기감’ 고조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사진)이 비자금 수수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신뢰 회복을 위해 ‘계파 정치’에서 탈퇴한다고 밝혔으나, 정권을 둘러싼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지방검찰청은 마쓰노 장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그의 자금 흐름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5년간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 수입을 이용해 1000만엔(약 9100만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자금 보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혐의는 자민당 내 아베파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아베파는 소속 의원들에게 기업이나 단체에 ‘파티권’을 1장당 20만엔(약 180만원)에 판매하도록 할당했는데, 할당량 이상을 판매한 의원들은 그 초과분을 돌려받아 개인 비자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이같이 조성된 비자금 규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억엔(약 9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관행은 니카이파 등 다른 계파에도 존재했으나, 이들은 의원실 장부에 사용처 등을 기록한 반면 아베파는 모금액 초과분의 존재를 기록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
마쓰노 장관은 아베파 중진 의원으로 2019년 가을부터 약 2년간 아베파의 계파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는 현재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실세인 관방장관도 맡고 있는 만큼 그의 위기는 기시다 내각의 위기로도 인식된다. 다만 마쓰노 장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으며, 사퇴 의사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쓰노 장관의 혐의가 알려지며, 기시다 총리가 전날 선언한 ‘기시다파 탈퇴’ 선언 효과는 빛이 바래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 6일 자민당 각 계파 수장을 모아 “당분간 모금 행사를 중단하고 자숙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7일엔 기자들을 만나 “신뢰 회복을 위해 총리와 자민당 총재 임기 중에는 계파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소속 의원 47명으로 자민당 내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계파인 기시다파를 이끌어왔다.
언론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제서야 계파를 탈퇴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민당의 역대 총리에게는 재임 중 계파 이익에 사로잡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시 탈퇴하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의 경우, 같은 계파 동료이자 미래 총리 후보로 꼽히는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계파에서 탈퇴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지검은 임시국회가 폐회하는 이달 중순부터 자민당의 정치자금 의혹 수사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돼 이미 정권 퇴진 수준에 달한 기시다 내각의 저조한 지지율은 더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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