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주인 찾기 막판 ‘진통’…매각 세부 조건 이견에 ‘발목’
1·2대 주주 산업은행·해진공, 인수 희망가·영구채 처리 의견 차이
매각가 7조원 안팎…인수 후보 동원·하림의 자금 조달력에도 의문
1조6800억원 영구채, 보통주 전환 땐 인수업체 지분율 축소도 변수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 찾기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동원과 하림이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고,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산업은행은 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발표가 늦어지며 시장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MM 1·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이에 인수 희망가와 영구채 처리 방안 등을 놓고 이견이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본입찰 당일 “우선협상자 선정은 통상 1~2주가 소요되나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결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일정이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였던 HMM은 경영 악화로 2016년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뒤 산업은행 관리하에 들어갔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29.2%와 28.68%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매각 대상은 이들이 가진 HMM 보통주 57.88%로, 매각 대금은 HMM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때 7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동원과 하림이 각각 5조~6조원의 인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두 업체가 매각가로 언급된 7조원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119억원이며, 올해 상반기 기준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5169억원이다.
하림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호반그룹과 함께 유가증권 매각,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하림그룹 소속 해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동원은 유상증자, 자회사 전환사채(CB) 발행, 금융기관을 통한 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원산업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CB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또 1조68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 처리 방안 역시 HMM 매각의 향배를 정할 ‘열쇠’다. 매각에 나선 산업은행 측이 잔여 영구채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면 HMM 지분 32.8%를 보유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자금을 총동원해도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없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채권단이 최고가 낙찰 원칙 외에도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계획, 인수 뒤 경영 계획, 해운업 발전 방안 등 3가지 항목의 ‘정성적 지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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