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160km…‘급발진’ 멈추려면 ㅇㅇㅇ 가장 효과적

자동차 급발진 [사진 = 연합뉴스]

“갑자기 브레이크가 안 듣네. 큰일났네. 하나님”

지난여름 발생한 전기차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운전자는 소리쳤다. 약 10초 만에 시속 160km로 급발진하면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운전자와 승객이 큰 부상을 입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차량 급발진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통제 불능의 급발진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주행 중에 발생한 의도하지 않은 가속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를 활용해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권고했다

8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는 기존 레버(사이드 브레이크) 또는 페달(풋브레이크) 방식의 기계식 주차 브레이크의 기능을 전자식 버튼 조작으로 대체한 방식이다.

주행 중 의도하지 않은 가속은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가속페달 고착과 가속페달 바닥매트 걸림, 외부 물체(물병·신발·물티슈 등) 끼임 등으로 가속페달이 복귀되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급발진 사고 원인은 대부분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급발진·급가속 차량 대처 방안 권고[자료 = 한국교통안전공단]

공단에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장착된 국내 판매 차량(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차)을 대상으로 주행·제동 시험을 실시한 결과, 주행 중 의도하지 않은 가속이 발생한 경우에는 제동페달을 작동시키는 방법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행 중 가속페달이 복귀되지 않는 상황 재현을 통해 시속 100㎞ 이상의 속도에서 제동페달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작동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키거나, 속도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속 100㎞ 이상의 속도에서 강제로 시동을 끄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작동상태를 유지한 결과,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었다. 일부 차량은 제동거리가 더 감소했다. 강제로 시동을 끄는 경우, 변속기 중립상태 전환 및 가속페달의 전기적 신호가 차단돼 제동거리 줄어든 것이다.

다만 주행 중 강제로 시동을 끄기 위해서는 최대 5초 동안 시동버튼을 지속적으로 누르고 있거나 최대 5회 이상 반복적으로 눌러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일부 차량은 시동이 꺼진 후에 와이퍼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확인돼 시동을 끄는 방법보다 변속기어를 중립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사용자 매뉴얼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시스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자와 소비자에게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권고했다.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작동 관련 내용은 사용자 매뉴얼에 포함돼 있지만 많은 분량의 매뉴얼을 소비자가 숙지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감안해 차량 판매 시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별도로 안내하도록 했다.

아울러 제작사에는 의도하지 않은 가속 발생 상황에서 운전자가 비상제동(긴급제동) 장치를 쉽게 작동시킬 수 있도록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위치와 작동방법을 조정하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지속해서 작동되는 비상제동 상황에서 차량의 동력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비상제동(긴급제동) 장치를 작동시켜 제동거리를 단축하도록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