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M3 "시리즈 최초 한글화, 취향만 맞으면 갓겜"
'포켓몬스터'와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이하 DQM)' 시리즈는 몬스터 육성 게임의 양대산맥이다. 다만, 양대산맥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DQM의 국내 입지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글화가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 IP 중 가장 많은 누적매출을 기록 중인 포켓몬스터의 세계적 명성, 그리고 4세대 다이아몬드ㆍ펄부터 꾸준히 한글화를 해오며 쌓아온 국내 입지를 생각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공식 한글 버전이 출시된 '드래곤 퀘스트'는 해봤어도 DQM 시리즈를 해 본 이들은 마니아 팬이 아닌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본가 시리즈는 거의 다 해봤지만, DQM은 안 해봤다. 몬스터 육성이 메인이라도 JRPG의 핵심인 내러티브 요소를 놓칠 순 없었다.
시리즈 탄생 25주년을 맞이해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3: 마족 왕자와 엘프의 여행' 정식 한글화 출시됐다.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다. 그러다보니 드래곤 퀘스트 팬뿐만 아니라, 많은 게이머들이 많은 기대를 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몰입감, 그리고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래픽과 최적화가 '옥에 티'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12월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다.
장르 : JRPG
출시일 : 2023년 12월 1일
개발사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 반복된 몬스터 육성과 배합에 엇갈리는 호불호
앞서 "취향에 맞는다면"이란 단서를 붙인 이유는 시리즈 특유의 노가다 및 반복 플레이가 강제되기 때문이다. 이는 시리즈 전통인 몬스터 육성 및 배합 시스템으로부터 기인한다.
DQM의 기본 골자는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올리고, 다시 육성한 몬스터 두 마리를 배양시켜 더욱 강한 몬스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스킬 전수, 그리고 스킬 포인트 전승 등 RPG의 핵심 '더 강해진다'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구닥다리 같고 지루한 시스템으로 느껴질 수 있다. 최근 게임 트렌드는 "육성은 쉽게, 콘텐츠는 어렵게"다. 모아놓은 재화만 있다면 원클릭 성장이 가능한 수집형 RPG가 대세인 현 시장 상황과 정반대다.
최강의 몬스터를 만들기 위해 배합에 배합을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배합을 하기 위해선 재료 몬스터를 최소 10레벨까진 육성해야 한다. 후반에는 몇 번의 전투만으로도 10레벨까지 만들 수 있지만, 초반에는 이 작업이 꽤 고역이다.
취향에 맞지 않는 게이머라면 대부분 이 단계에서 나가떨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노력이 없다면 마계 투기장 C 클래스 단계, 혹은 중급 마계를 넘어가기 전부터 적을 상대하기 굉장히 버겁다.
가령, 중급 단계를 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진마 장군'은 전체 회복 스킬이 없으면 까다로운 보스다. 매 턴마다 광역 공격을 최대 두 번씩 난사하기 때문에 물약이나, 개인 힐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하급 마계 단계에서 전체 회복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슬라임 페어리'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만들기까지 여덟 번 이상의 배합을 반복해야 한다. 또한, 슬라임 페어리 자체는 스탯이 낮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다른 몬스터로 다시 배합해야 한다. 없다면 레벨링이라도 충분히 해야 한다. 물론 레벨링도 노가다성 반복 플레이다.
DQM 시리즈가 이런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임이다. 냉면을 싫어하는 사람을 냉면 전문점에 억지로 끌고 갈 수 없는 것처럼 육성과 배합의 반복에 흥미가 없다면, 혹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 원작 팬에겐 최고지만 4편 안 해봤다면 평면적으로 느껴질 스토리
3편부터 한글화가 된 만큼 "전작 몰라도 할만 한가요"라고 묻는 이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시리즈 3편인 것도 있지만, '드래곤 퀘스트4' 보스인 피사로의 어린 시절을 그린 외전격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은 없어도 본가 4편을 즐기지 않았다면 스토리가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질 여지가 크다. 4편을 해봤다면 피사로가 어떻게 마왕이 됐는지, 왜 인간을 증오하게 됐는지 등을 더욱 세세하게 즐길 수 있다.
주인공의 서사를 알고 볼 때 DQM3의 감동과 재미가 훨씬 커진다. 단순 피사로의 어린시절이 아닌, 4편의 주변 인물간의 관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들은 과거에 이런 관계를 맺었구나"하며 즐길 수 있다.
이야기 구성 상 피사로의 이야기뿐만 아닌, 드래곤 퀘스트4의 주인공(천공의 용자)의 서사도 동시에 진행된다. 알고 즐긴다면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충분한 매력을 느낀다. 마니아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반대로 4편을 안 해본 유저들에게는 마왕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가 마왕이 되는 평면적인 왕도물에 가깝다. 장르적 취향이 맞는 유저라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신규 유저 입장에서는 클리셰 범벅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기 마련이다. 드래곤 퀘스트는 JRPG 클리셰 대부분에 영향을 준 게임이다. DQM3의 뿌리도 드래곤 퀘스트인 만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뒷 이야기를 모른다면 이는 더욱 심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야기 전개는 꽤 호감이다. JRPG 특유의 미사어구와 서론이 꽤 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들어가는 전개 방식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프롤로그에서 현 마왕이자 아버지인 '란디올 대제'가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도 않고 냅다 인간계로 보내버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 풍성한 볼륨의 콘텐츠, 그래픽과 최적화는 옥에 티
엔딩까지의 볼륨은 상당하다. 메인 무대인 마계는 초급, 중급 상급으로 난도가 구분되며 스토리 진행과 함께 단계적으로 해금되는 방식이다. 육성과 배합, 그리고 각 단계를 클리어하기까지 100시간은 거뜬하다.
난도에 따라 같은 지역의 마계라도 지형이 모두 다르다는 설계도 훌륭하다. 단순 난도 구분이 아니라는 의미다. 각 필드의 기믹이라던가,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에 엔딩까지 지루할 틈 없이 즐길 수 있다.
몬스터의 종류도 엄청나다. DQM3에는 총 523종의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이중 색놀이 몬스터는 정말 일부에 불과하다. 육성과 배합을 즐기며 엔딩을 보기까지 70시간은 필요하다. 몬스터 도감까지 채우면 100시간은 거뜬하다.
DQM 시리즈에는 특정 몬스터를 재료로 사용해야만 등장하는 특수 배합이 있다. 엔딩 이후는 특수 배합으로만 등장하는 특수 몬스터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조부모 몬스터까지 모두 특수 배합으로만 얻을 수 있는 레어 몬스터를 목표로 한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손도 많이 가는데다가 시간도 많이 잡아 먹는다. 대신, 쏟은 정성과 노력이 큰 만큼 성취감과 만족도는 상당히 크다. 이 같은 성취감이야 말로 DQM 시리즈를 지탱해 온 핵심이다.
그래픽과 최적화는 옥에 티다. 필드에서 도트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화면이 뿌옇게 보인다. 오래 게임을 즐기다 보면 눈이 아프다. 더욱이 계절이 바뀐다거나,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프레임 드롭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역 이동 시 로딩도 긴 편이다.
1. 취향에 맞다면 정말 재밌는 몬스터 육성 시스템
2. 전작을 즐겼다면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
3. 풀 프라이스 가격이 아깝지 않은 상당한 볼륨의 콘텐츠
1. 노가다 및 반복 플레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2. 전작을 안 해봤다면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스토리
3. 수준 낮은 그래픽 퀄리티와 최적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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