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출시 후 10% 폭등한 AMD…엔비디아 영향은?[오미주]
AMD가 출시한 인공지능(AI)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가속기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AMD는 7일(현지시간) 새로운 AI 칩인 인스팅트(Instinct) MI300X가 투자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주가가 9.9% 급등했다.
이날 나스닥지수가 1.4% 강세를 보인 가운데 엔비디아와 인텔도 2.4%와 2.1%씩 오르긴 했으나 AMD의 급등세에 크게 못 미쳤다.
AMD가 현재 AI 칩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실질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 행사에서 AI 가속기의 전체 도달 가능한 시장(TAM)이 2027년에 4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AI는 절대적으로 AMD의 넘버 1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수가 예상한 2027년 AI 칩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제시했던 1500억달러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AMD는 GPU 가속기인 MI300X를 포함한 MI300 제품군의 내년 매출액을 최소 2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여러 반도체회사에 대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슈라우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라이언 슈라우트는 이날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전날 행사는 AMD가 AI 시장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행사의 초점은 현재 AMD의 몇몇 고객사에 배송되기 시작한 MI300X에 맞춰졌다. AMD는 MI300X가 AI 훈련 작업에서는 엔비디아의 H100과 성능이 비슷하고 AI 추론 작업에서는 H100보다 속도가 40~60%가량 빠르다고 설명했다.
MI300X는 특히 GPU당 192GB의 메모리를 제공한다. 이는 80GB를 제공하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메모리가 2배 이상 큰 것으로 MI300X의 성능이 뛰어난 주요 원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H100의 상위 모델인 H200을 공개했는데 H200은 GPU당 141GB의 메모리를 제공하며 H100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H200은 아직 출시되지 않아 AMD의 MI300X와 성능 비교는 이뤄지지 않았다. H200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이유 중의 하나는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슈라우트는 엔비디아의 쿠다가 여전히 다른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막는 허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AMD도 소프트웨어에서 많은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MD가 출시한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 ROCm 6는 많은 모델 최적화와 개발 라이브러리 개선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앞으로 표준 ROCm이 나오면 MI300 제품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브릭스와 라미니 등 몇몇 AI 회사의 대표들은 전날 AMD의 행사 무대에 올라 AMD의 소프트웨어 발전을 옹호했다. 한 대표는 AMD의 ROCm이 이미 "쿠다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슈라우트는 이 같은 파트너사들의 지원이 AMD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고 지적했다. AMD는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 같은 지배력이 없기 때문에 GPU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행히 AI 칩 시장에는 엔비디아의 GPU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에 AMD가 GPU 공급을 갈망하는 많은 기업들의 지원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슈라우트는 AMD의 이 같은 반격이 엔비디아로선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MD는 지난해에 이미 MI300 제품군을 개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H200을 공개한 것도 AMD의 MI300X 출시 영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AI 시장이 확대될수록 엔비디아의 GPU가 채우지 못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 결과 AMD는 MI300 제품군을 판매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슈라우트는 다만 AMD의 이 같은 행보가 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AMD의 MI300X를 사용하면서 성능이 괜찮고 비용 대비 효과는 엔비디아보다 나으며 필요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만족스럽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미래 세대의 AI 시스템에서는 AMD에 더 큰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슈라우트는 클라우드 서비스회사와 시스템 구축회사, 개발자들이 이전에는 사용해보지 않아서 고려하지도 않았던 AMD의 GPU를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 뒤에도 계속 찾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GPU 분야에서 인텔의 행보는 상당히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GPU 시장에서 AMD가 사살상의 2위로 입지를 굳힌다면 AI 시장에서 인텔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한편, AMD는 올들어 이날까지 98.2% 급등했다.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3.6배다.
AMD는 이미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내년 AI 칩 매출액이 2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MI300X 출시 영향은 이미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올들어 이날까지 218.8% 폭등했다. 하지만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 PER은 26.5배로 AMD보다 낮은 상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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