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R&D] SBA 김종우 혁신성장본부장 “친기업적인 R&D 지원사업을 고민합니다”
※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은 아이디어 발굴부터 기술개발, 사업화, 지식재산권 창출 및 보호까지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돕는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형 R&D] 시리즈를 통해 ‘2022년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참여 기업의 R&D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장의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세계 스타트업 평가 기관인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은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랭킹 10위로 선정됐다. 세계 100개 나라 28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랭킹으로, 서울은 프랑스 파리(15위), 독일 베를린(16위), 미국 워싱턴 DC(11위)와 일본 도쿄(12위) 등 선진국의 주요 도시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랭킹은 자금 조달, 지식 축적, 네트워크 연결, 시장 확대, 인재 양성 등 세계 각국 도시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낸 성과를 토대로 산정한다.
지난 2019년 기준, 서울은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며 투자와 보육 환경을 개선해 2020년 20위, 2021년 16위로 순위를 높였다. 그리고 2022년 10위권에 올라섰다.
SBA는 창업 촉진, 기업 성장, 산업 육성을 통해 서울시의 경제 진흥 및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지난 1998년 설립한 이래, 중소기업의 종합적·체계적 지원 및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관이다. 서울 기업과 비즈니스 생태계 혁신을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터로서 서울시민과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활성화와 성과 창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IT동아가 김종우 SBA 혁신성장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R&D 지원, 기업 성장의 기틀을 제공합니다
IT동아: 서울시와 SBA가 주관해 진행하는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Research & Development의 약자인 R&D는 우리말로 ‘연구개발’ 또는 ‘기술개발’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시와 SBA가 생각하는 R&D가 무엇인지, 그리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왜 R&D를 지원하는지 궁금하다.
김종우 본부장(이하 김 본부장): 하하. 방금 얘기한대로 R&D는 연구개발, 기술개발을 의미한다. R&D의 중요성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R&D는 인류가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활동이다. OECD는 R&D를 ‘인간 · 문화 · 사회를 망라하는 지식의 축적 분을 늘리고, 이를 새롭게 응용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조적인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더 나은 미래, 더 편한 삶의 여유 등을 위해 R&D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태반은 10년 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만큼 현대의 기술은 눈부실 정도로 발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달하고 있다. 다만, 기업이 R&D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 등의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산업 분야에 따라 5~10년의 연구 기간과 수십, 수백 억 원의 자금이 소요되기도 한다. 때문에 아무리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자원이 부족하면 R&D를 지속할 수 없고, 이는 결국 경쟁력 약화, 산업 발전의 정체, 경제 성장 저하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IT동아: 확실히… 동의한다. R&D는 당장의 이익 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가깝다. 때문에 여유가 없는 기업이라면 R&D를 지속하기 어렵다.
김 본부장: 서울시와 SBA가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유다. 경쟁력을 갖춘 혁신기술 보유 기업을 지원한다.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을 사업화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데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부족하지 않나. 그만큼 시간과 자금 등 자원이 필요한 R&D를 지속하기 어려운데, 서울시가 이를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R&D는 기업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높이는 작업이고,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과 같다고 생각한다.
IT동아: 지금까지 R&D를 지원한 성과가 궁금한데.
김 본부장: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으로) R&D를 지원하는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제공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학교와 연구소 대상으로 원천기술 기초연구 중심으로 장기/대형과제를 지원했고, 총 1800여 개 과제에 대략 4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상으로 기술 응용연구 중심으로 중장기/중대형 과제를 지원했고, 총 330여 개 과제에 900억 원 가까이 예산을 투입했다.
2017년부터는 스타트업이 화두였다. 4차 산업혁명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단기/소형 과제를 지원했고, 총 1795개 과제에 2168억 원 규모의 예산을 제공했다. 지원 대상과 방식의 변화는 있었지만, 민간 기업과 연계하고 협력하며 선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라는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R&D를 진행하는 주체를 기업이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4544건의 특허를 출원해 1954건을 등록했고, 기술이전 1067건, 논문 5531건, 학술대회 1만 4865회 등의 기술개발 성과를 올렸다. 또한, 지원금 1억 원당 매출 발생효과는 2.8억 원(2018년부터 2022년까지), 2022년 기준 수출액 2510억 원, 상장사 배출 26개 사(2023년 11월 기준), 신규 고용 5334명(2007년부터 2021년까지)라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얻었다. 지난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은 60~70% 정도에 이른다.
시장 트렌드에 맞춰 R&D를 지원합니다
IT동아: R&D 지원 분야는 매년 조금씩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본부장: 맞다. 기술 발전의 변화와 시장의 흐름에 맞춰 대응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대학교와 연구소 중심으로 기초연구 개발을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과 연계해 협력 지원하는 형태로 바뀐 이유다. 바이오/의료, 인공지능(AI), 로봇, 핀테크/블록체인, 뷰티/패션, 미디어 콘텐츠 등 서울시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신성장 산업 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데, 지원 산업 분야는 매년 사업 계획 수립 등을 통해 확정한다.
또한,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 ‘프리(Pre) R&D’, ‘R&D’, ‘포스트(Post) R&D’로 나눠 사업을 세분화해 지원한다. 기술개발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 R&D는 ‘서울혁신챌린지’, ‘캠퍼스타운 기술매칭’, ‘민간투자연계(서울형 TIPS)’, ‘성장단계 스케일업’으로 사업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R&D는 ‘바이오/의료’, ‘AI’, ‘로봇’, ‘돌봄로봇 품목지정’, ‘핀테크/블록체인’, ‘뷰티/패션’ 등 신성장 산업 분야별로 세분화해 지원한다. 포스트 R&D는 기술 개발을 완료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실증하며 결과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단계별로 세분화해 2023년 한해 동안 운영한 서울형 R&D 지원 과제는 200여 개에 달한다.
IT동아: 기업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지원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인데.
김 본부장: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네트워킹, 커뮤니케이션이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대중에게 무엇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때문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서울형 R&D 사업이 모든 걸 다할 수는 없다. 적은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 중심은 원천기술 개발보다 기술사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유는 순수 과학기술, 원천기술 R&D는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으로 활발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형 R&D는 차별화 전략으로 중소기업의 사업화에 더 중점을 두어왔다. 다만, 내년에는 기술 쪽에도 중점을 두고 2년 이상 중장기 과제 진행을 검토 중이다.
참고로 최근의 대외환경은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술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심화되면서, 작년부터 정부는 소재, 부품, 장비 등 일명 소부장 R&D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형 R&D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서울이 가진 시장과 산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하드웨어 장비 분야보다는 인공지능, 핀테크, 로봇, 바이오 등 4대 핵심 산업과 양자와 같은 첨단 제조 분야 및 최근 각광받고 있는 창조산업을 지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인근 경기도만 해도 제조업을 기반으로 이에 맞는 R&D 정책을 추진하고 있듯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와 SBA가 제공하는 지원사업을 특화하고,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이유다.
또한, 단순히 개발비를 지원한다고 기업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여러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갖춰 필요에 따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R&D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다. IT 개발자와 같은 전문 인력을 연결해 기업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년취업사관학교에서 배출되는 S/W 전문 인력을 매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로도 이어진다.
지속가능한 R&D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원합니다
IT동아: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가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같은 일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화한다는 것이 놀랍다.
김 본부장: 그저 대화가 아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행동으로도 옮기고 있다. 올해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기존의 운영 규정을 정비하고 사업 체계를 개선했다. 먼저 ‘국가연구개발혁신법(부처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R&D 관련 규정을 통합하고 체계화해 일관성 있는 행정제도를 운영하고 기업규제를 완화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규정을 전면 제·개정해 중소기업의 사업효율 확대 및 행정력, 기업부담을 완화했다. 예산비목을 간소화하고, 연구개발비 현금 부담을 줄였으며, 정부에서 사용하는 R&D 용어를 통일하는 등 기업친화적으로 개편했다.
또한, 행정 편의적 관점의 기존 체계를 기업성장 및 기술단계에 맞도록 개편했다. 앞서 언급한 프리 R&D(기술 초기 단계 지원), R&D(서울시 핵심산업 중점 지원), 포스트 R&D(기술개발 실증 지원) 등으로 사업을 단계별로 세분화해 지원하는 이유다.
평가체계도 개선했다. 서류평가, 발표평가, 최종선정위원회(기존 산학연심의위원회 대체), 현장점검 신설 및 연구개발계획, 재무·평판조회, 시책 부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효율적이었던 과제를 폐지하고, 서울시가 필요로 하는 핵심정책(약자돌봄 등)과 연계해 시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IT동아: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바탕으로 규정을 제·개정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 본부장: R&D 지원사업은 정부, 기관, 지자체 등이 제공하는 과제에서 시작한다. 때문에 과제를 주관하는 각 부처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와 규정, 필요로 하는 자료 등이 조금씩 달라 여러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이 번거로울 수 있었다. 과제를 주관하는 A 정부부처와 B 정부부처의 규정이 달랐고, 이에 따라 기업에게 요구하는 문서와 자료 등도 조금씩 달랐다. 때문에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용어나 규정, 자료 등을 통합해 기업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편의를 돕는 것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다. 서울시와 SBA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R&D 지원 규정을 정비했다.
IT동아: 지원 기업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김 본부장: 많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참여기업으로부터 의견을 받고 있는데, 전박적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추가적으로 ‘지원사업 종료 후 연계 지원’을 원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즉, 후속 지원이다. 이에 고정매출, 수출, 고용 등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 창출을 위한 후속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을 홍보해 주고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R&D 사업을 완료한 졸업기업이 투자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공인시험인증기관과 연계한 기술개발 컨설팅 등 기술사업화 지원을 강화했다. 또한, 혁신챌린지 패밀리데이, R&D 성과 공유회 등을 개최해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시연하고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형태의 시간도 많이 만들었다. 코로나19로 단절됐던 네트워킹을 올해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민관이 협력하는 ‘R&D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울시와 SBA, 기술개발 기업 및 민간 플레이어 등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다. 지속가능한 R&D 생태계를 이끌어갈 기술 주도형 협의체 ‘테크밋업’을 구성해 R&D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테크밋업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커뮤니티 네트워크다. 서울 지역을 대표하는 딥테크 기업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하고, 포럼, 세미나 등을 열며 서로 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장으로 삼기를 희망한다.
IT동아: 친기업적인 R&D 지원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김 본부장: 그렇게 다가가기 위해 정진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이 창업하고, 안정적인 사업화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와 SBA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SBA에서 22년간 일하며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서울시에는 수많은 기술개발 기업이 있고, SBA에는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지원사업이 정말 많다. 기술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한다. 이에 맞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스타트업, 중소기업도 늘어났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도 변화하고 있는데 SBA도 여기에 맞춰 매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연 매출 20억~ 30억 원이었던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고,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며 사옥을 건설하는 모습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시와 SBA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사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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