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시각] 나만의 삶을 찾아가기

2023. 12. 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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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글쓰기 A/S 모임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발전
작가로서 의미 찾기 위한 여정
이젠 변호사로서도 홀로서기

나는 연말이면 '글쓰기 A/S 모임'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연다. 하루 정도 날을 잡아서 늦은 밤에 지금까지 글쓰기 모임을 했던 분을 온라인으로 불러 모은다. 개중에는 7년 전에 글쓰기 모임을 했던 분도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인 5년 전쯤 함께 모임을 하여 처음 글을 썼다가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는 분도 있다. 가장 최근에 모인 분을 비롯해 온라인으로 함께했던 사람까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분이 이 모임에 참여한다.

처음에는 글쓰기 모임이라는 것도 그저 한 시즌 가르치고 난 뒤에는 별다른 미련 없이 뒤돌아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수업이라는 게 그러니 말이다. 학원이든 대학이든 문화센터든 등록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고 나면 그 뒤에는 딱히 더 인연이랄 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잊히는 게 무척이나 아쉽고 어딘지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면 서로의 내밀한 여러 이야기를 공유하며 몇 주간 매우 깊이 있고 밀도 있는 소통을 한다. 나아가 모임을 주도하거나 글쓰기를 도와주는 입장이 되면 모임원들의 늘어난 '글쓰기 실력'이 무척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렇게 글을 잘 쓰게 됐는데, 이대로 끝나버리면 대부분의 사람이 글 쓰는 동력을 잃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삶이 되기보다 모임 동안에만 썼던 한 시절의 추억으로 끝나버린다.

타인의 '가능성'을 보는 입장이 되면 그것이 무척이나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연말이면 여전히 글을 쓰고 있거나 글을 쓰고 싶은 분을 불러 글쓰기를 독려하고,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들어드리며 상담해주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1년에 한 번이어도 매년 하다 보면 은근히 자주 만나는 느낌이 들고 서로에게 익숙함도 깊어진다.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만나보면 어느덧 미디어에 글을 기고하거나 연재하게 된 분, 책을 낸 분, 출판사와 계약한 분, 공모전에 당선된 분 등 성취를 거둔 분도 있다는 걸 확인한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 A/S 모임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글쓰기 모임을 했던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문화'라는 뉴스레터가 있다. '세상의 모든 청년'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라는 두 권의 공저를 썼다. 그렇게 글 쓰는 일의 인연을 이어가다 보면 내 인생의 한 시절이 참으로 의미 있는 일로 쓰였다고 느낀다. 서로의 삶을 독려하고 응원하며 확장해가는 여정에 기여했다는 느낌이 그 자체로 삶을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처럼 작가로 산 지 어언 10년이 넘으면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방식을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를 찾는 데는 어떤 글을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글 쓰는 여정을 누구와 어떻게 함께할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중요했다. 최근에 나는 로펌에서 퇴사를 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내 삶을 더 의미 있으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중요한 지분을 차지했다. 이는 작가로서 삶의 방식을 찾은 것처럼 변호사로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삶을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도 있다. 작가로서 거두는 성공이란 100만부 베스트셀러를 쓴다든지, 변호사로서 이루는 성공이란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된다든지 등 통념적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것은 그런 통념적 기준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정을 해나가는 일이다. 한 번뿐인 삶에서 나만이 의미 있게 실천할 수 있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 삶의 걸음걸음이 계속 더 그런 방향으로 향하길 바라본다. 곧 다가오는 새해에는 또 한결 더 나의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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