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자유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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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글이 발표됐다.
"우리가 가질 만한 유일한 자유는 국가의 자유다." 글쓴이는 베니토 무솔리니, 자유와 전체주의를 동의어로 만드는 기막힌 말놀이였다.
국가가 자유를 정하는 유일한 권력이 됐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는 사전 검열을, 사상의 자유는 문학예술에 대한 지휘를, 집회의 자유는 국가 동원 집회에 대한 참여 의무를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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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글이 발표됐다. "우리가 가질 만한 유일한 자유는 국가의 자유다." 글쓴이는 베니토 무솔리니, 자유와 전체주의를 동의어로 만드는 기막힌 말놀이였다.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무솔리니는 국민에게서 "쓸모없고 대개 해로운 모든 자유"를 박탈했다. 국가가 자유를 정하는 유일한 권력이 됐기 때문이다.
1936년 소비에트 헌법을 공포한 스탈린도 비슷했다. 그는 입으로 언론, 사상, 집회의 자유를 말했다. 그러나 트로츠키의 비판처럼 그 자유의 실체는 "손발에 채워진 족쇄나 재갈"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사전 검열을, 사상의 자유는 문학예술에 대한 지휘를, 집회의 자유는 국가 동원 집회에 대한 참여 의무를 뜻했다. 이로부터 탄압과 학살의 시대가 열렸다.
'혁명의 지성사'(뿌리와이파리 펴냄)에서 엔초 트라베르소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인류 역사에서 자유처럼 모호하고 다의적인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유를 외칠 순 있어도 그 내용을 정확히 정하는 건 무척 어렵다. 각자 생각이 다른 데다 특히 권력자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그 속살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자신의 자유 외엔 다른 자유가 필요 없다. 식민주의자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를 오가면서 노예 무역을 행했고, 미국 국무부는 자유의 깃발 아래 칠레 등에서 쿠데타를 조직하고 군사 독재를 지원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헨리 키신저는 그 비밀의 주역이었다.
자유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적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자유, 즉 권력의 향방을 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다. 다른 하나는 개인적 자유, 즉 시민이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자기 삶을 조직할 자유다. 전자는 민주주의로 구현되고, 후자는 사유재산으로 이뤄진다. 둘은 때로 충돌한다. 노예제에서 드러나듯 사적 소유의 자유는 타인에 대한 무제한 착취의 자유를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나 이탈리아 파쇼는 인권 없는 자유가 억압의 일상화를 가져와 결국 시장 자체를 파괴함을 보여주었다.
키신저의 자유 탓에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에서 납치·살해된 시민이 최소 6만명에 달했고, 고문·실종 등으로 해를 입은 시민이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민주화 이후 키신저는 남아메리카 각국의 인권 문서에 이름이 올랐고, 이는 유네스코 기록 문화유산으로 채택됐다. 역사에 영원한 악당으로 이름을 올린 그는 죽을 때까지 남아메리카를 방문할 수 없었다. 인간 해방과 결합하지 못한 자유는 공허할 뿐이다. 자유는 민주주의의 통제를 받을 때만 올바로 작동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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