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와 비슷한 'A2 우유' 뜬다…치열한 경쟁 예고

김지우 2023. 12. 8. 16: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세유업 A2단백우유 품절 이어져
서울우유,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
A2,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
우유 진열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국내 유(乳)업체들이 잇따라 'A2우유'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A2우유는 그동안 해외에서만 생산돼 수입 제품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A2우유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유업체들은 A2우유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멸균 수입우유가 잠식하고 있는 국내 우유 시장을 수성하겠다는 생각이다.

A2단백우유 인기

업계 등에 따르면 연세유업이 운영하는 '세브란스 A2단백우유'는 최근 주문량 급증으로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재입고예정일을 홈페이지에 공지할 정도다.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는 지난 10월에 출시된 제품이다. 총 5종으로 구성됐다.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는 모유 단백질 구조와 유사한 A2단백질 원유를 담아 소화 불편감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가열처리 외에 추가적인 공정 없이 A2단백 원유 100%를 담아 더욱 고소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8일 연세우유 세브란스 A2 제품이 품절돼 있다. /사진=연세유업 직영스토어 캡처

서울우유협동조합도 내년 상반기 A2우유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9월 △서울우유 A2+ △서울우유 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4건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그간 국내에선 A2 단백 우유를 생산하지 못했다. A2인자를 판별하는 기술이 특허에 묶여 있어서다. 이 탓에 국내에는 수입산 A2 우유만 유통됐다. 대표적인 제품이 유한생활건강의 '뉴오리진 a2밀크' 등이다. 호주 유가공 업체 'a2 밀크 컴퍼니'에서 독점 수입한다.

a2 밀크 컴퍼니는 A2인자를 판별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뉴오리진 a2밀크는 국내 출시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약 300만개를 달성했다.

'A2단백질'이 뭐길래

우유 단백질은 약 80%의 카제인과 약 20%의 유청 단백질로 이뤄져있다. 카제인은 α s1, α s2, β, κ등 약 4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이중 30%~35%가 '베타카제인'이다. 베타카제인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A1베타카제인(A1)과 A2베타카제인(A2)이 가장 대표적이다.

시중의 일반 우유는 A1 베타카제인과 A2 베타카제인을 모두 함유하고 있다. 본래 젖소는 A2만 갖고 태어나지만 사료, 사육 환경 등의 변화로 A1을 함유한 소가 탄생하게 됐다.

그래픽=비즈워치

유업계 관계자는 "일부 젖소의 경우 A2인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A2인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면서 해당 젖소들을 분리사육해 생산할 수 있게 돼 국내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A2우유는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지녔다. 모유는 단백질 성분의 대부분이 A2 베타카제인으로 이뤄져 있다. A2베타카제인은 소화 장애 유발물질인 BCM-7 성분 생성량이 낮아 소화 불편감을 줄여준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A2우유는 우유를 마시면 더부룩함, 소화 불량 등의 복통이 발생해 우유를 기피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A2우유가 확산할 경우 '소화가 잘 된다'는 점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많은 유업체들이 A2우유를 눈여겨 보는 이유다.프리미엄 우유 수요 늘까

A2우유의 가격은 일반 우유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 유시장은 우윳값 인상 소식 탓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큰 상태다. 이런 환경은 A2우유 제품을 생산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업체에겐 악재다. 실제로 일각에선 가격이 높은 국내산 우유가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우유를 마시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유 1인 소비량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게다가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지난 2018년 26.7㎏에서 2020년 26.3㎏로 줄었다. 2021년에는 26.6㎏로 늘었다가 작년엔 다시 26.2㎏로 줄어든 상태다.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갈수록 수입 우유를 더 많이 찾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우유 수입량은 2018년 4275톤에서 작년 3만1386톤으로 7배 증가했다. 게다가 2026년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된다.

우유 수입량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상황이 이런 만큼 국내 유업체들은 제품 다양화와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 생산이 가능해진 A2우유에 주목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국내 유업체들의 기술력은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A2우유를 통해 수입 우유가 잠식하고 있는 국내 우유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높은 가격은 국내 업체들이 풀어야할 숙제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A2우유가 수입된 지 4년여 정도가 흘렀지만 유업계에서 입지가 크진 않았다"라며 "국내 생산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대를 감수하며 마실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