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과 방울, 디올로 얼룩진 한국 정치의 비천한 모습 [쓴소리 곧은 소리]
송영길·최강욱·함세웅 등의 욕설과 막말, 민주당의 도덕적 불감성 반영
(시사저널=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 정치가 퇴보를 넘어 저질화로 치닫고 있다.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고 기획된 정치 공작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선배를 능멸했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송영길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거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하며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었다"고 대응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민주당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암컷이 나와 설친다"는 막말을 내뱉었다. 그는 "《동물농장》(조지 오웰의 소설)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거는 잘 없다"고 했다. 가관인 것은 민주당 일각에서 여성 전체에 대한 모욕인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의견도 나왔다는 점이다. 최 전 의원은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도 정작 자신은 "내가 그렇게 빌런(악당)인가"라고 되물으며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기획된 정치 공작이 버젓이 활개치고 다녀
그뿐이 아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는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했던 추 전 장관을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성 하나보다 못하다"는 여성 비하 발언을 퍼부었다. 함 신부는 "그 당시에 문 대통령, 이낙연 총리 또 무슨 비서관들, 장관들 다 남자들"이라며 "그 여성의 결단을 수렴하지 못한 게 지금 이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을 가져왔다"고 했다.
여하튼 이처럼 천박하고 부끄러운 막말들이 현재 한국 정치의 수준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어린 놈, 암컷, 방울" 등의 막말이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도덕적 감수성'이 무너졌다. 구스타브 리본은 《군중심리》라는 책에서 "개인이 집단에 속하게 되면 개성은 사라지고 집단의 사상이 그를 지배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막말이 반복되는 것은 어느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의 삐뚤어진 집단정서로 봐야 한다.
형수 욕설 등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막말을 한 사람이 당대표로 군림하면서 민주당은 막말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졌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을 엄격히 검증해 내년 총선 공천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것 아닌가?
둘째, 팬덤정치의 덫이다. 약점이 많고 정치 지능이 낮은 허약한 정치인은 개딸과 같은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고 몸부림친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막말과 악담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에 빠진다.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의원이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되어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의 행태를 보면 이런 추론이 틀리지 않다. 이런 악성 팬덤정치 풍토 속에서 기획된 정치 공작과 가짜뉴스도 만들어진다.
정치의 저열성을 가져오는 데 최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는 작년 9월 최재영 재미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명품백을 주면서 자신의 손목시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최 목사가 김 여사의 약점을 잡기 위해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진 것 같다.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에서 '김건희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상이 공개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을 담당하는 부서 신설해야
팬덤정치 환경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비윤리적인 함정 취재 방식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애초부터 김건희 여사가 부적절한 인물과 연락하거나 만나면서 더 나아가 고가의 명품백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사태다. 여사 본인의 성찰과 분별,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 여사는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지위에 있는 만큼 그에 걸맞게 품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격과 관계되는 문제다. 분명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김 여사와 대통령실은 직시해야 한다. 차제에 대통령 부인의 일정과 행사, 면담 인사를 관리하는 별도의 부속실을 대통령실에 신설할 것을 권하고자 한다.악성 팬덤정치가 판을 치고 저급한 정치 공작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정치인의 말이 부드럽고 아름다울 수 없다. 품격 잃은 막말과 비방의 정략적이고 천박한 언사만이 있을 뿐이다.
셋째, 사회의 관심을 받으려는 관종들의 '삐뚤어진 마음'이다. 미국 뉴욕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바른 마음》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판단과 집단적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도덕'이다"라고 강조한다. 개인이 바른 마음을 갖지 못하면 도덕이 결핍되고, 옳고 그름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정치권에서 자질과 도덕이 결핍된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돌발 변수로 너무 쉽게 국회에 입성한 후 당대표와 팬덤에만 충성하면서 막말을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레비츠키와 지블랫 교수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규범으로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강조한다. 관용과 자제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질식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대 졸업 축사에서 "비방이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막아버리고 민주적 토의를 허약하게 만든다. 서로에 대해 배우는 것을 막아버린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암컷과 방울, 디올로 얼룩진 한국 정치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단호한 응징, 표를 통한 심판만이 민주주의와 정치가 막말에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언어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서 지지를 받는다. 다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성숙한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라도 '긍정의 언어'를 써야 한다.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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