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뱅가드도 투자 축소···中서 발빼는 월가 '큰손'들

경기 둔화·習 체제 불안감 영향
주식·채권투자 올 310억弗 순감
WTO 가입 이래 최대 규모 감소

미국 월스트리트. 연합뉴스

[서울경제]

해외 기업과 자본의 중국 이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손들도 중국 투자를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간)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 대한 우려로 외국자본의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정보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대형 사모펀드가 중국 투자를 위해 모집하는 펀드 규모는 매년 1000억 달러(약 131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는 11월 말까지 43억 5000만 달러(약 5조 7000억 원) 규모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은 중국과 관련한 신규 펀드 모집을 중단했다. 뱅가드 등 대형 투자 업체도 중국 관련 투자 계획을 폐기하거나 취소했다.

신규 투자는 물론 기존 투자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대형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트는 최근 보유 중인 중국 관련 주식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중국 시장에 우호적인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곳이다.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투자는 올해 10월 말까지 310억 달러(약 39조 7000억 원) 순감했다. 이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가장 큰 감소 규모다. 이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는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연방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의원은 9월 중국 등 적대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가의 대형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향후 중국 시장이 회복됐을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투자 축소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