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피할 곳이 없다”···이스라엘군, 남부 ‘안전지대’까지 공격하나
한 때 ‘안전지대’였던 남부 칸유니스 연일 맹폭
남부 피란처 공격 시 대규모 인명 피해 불가피
남쪽으로 내몰리는 주민들···최남단 라파 ‘포화’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를 연일 맹폭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구역’을 포함해 피란민이 밀집한 남부 전역으로 공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그나마 남아 있던 남부 피란처마저 ‘하마스 활동 지역’으로 지목하면서 이곳에서 군사 작전을 단행할 경우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전날 가자지구 남서부 알마와시 등 남부 라파 지역의 피란민 텐트촌과 유엔 구호시설 인근에서 로켓 14발이 발사됐다며 “하마스가 주민들을 테러 행위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로켓 발사 지점’으로 지목한 알마와시는 이스라엘군이 전쟁 초기부터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 피란민 대피를 권고했던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알마와시가 ‘안전 지대’라는 아랍어 전단과 지도를 배포하며 이곳으로 민간인 대피를 유도해 왔다. 그러나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는 대피소와 기반시설이 부족한 황무지에 가까워 이곳에 도착한 피란민들은 “먹을 음식도, 잘 곳도 없다”고 호소해 왔다.
이스라엘군이 알마와시 등 라파지역 민간인 피란처와 유엔 구호지역을 작전 지역으로 규정할지 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하마스 관련 시설이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병원과 난민촌까지 공격했던 그간의 공격 패턴으로 볼 때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들을 ‘합법적 군사 목표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하마스가 이곳에서 로켓을 발사한 이상 더 이상 ‘안전지대’나 ‘안전한 피란처’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환자와 피란민이 몰려 있던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을 ‘하마스 지휘본부’로 지목한 끝에 결국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국제인도법은 전쟁 중에도 병원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군이 현재 맹폭을 퍼붓고 있는 칸유니스 역시 한 때 이스라엘군이 ‘안전’을 보장했던 피란 지역이었다.
유엔은 특정 지역을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하는 대신 국제인도법에 따라 보호되는 학교와 병원 등에 민간인이 피신할 수 있도록 하고 이스라엘이 이런 곳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습이 없는 ‘인도주의 구역’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여러 차례 작전 지역에 소개령을 내려 왔다. 이 때문에 북부 주민들 수십만명이 남부 칸유니스로 대피했지만, 이제는 이곳에서까지 연일 계속되는 지상전과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하루에만 최소 350명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두 달 만에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1만7177명, 부상자는 4만6000여명을 넘어섰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팔레스타인 지역 책임자인 부슈라 칼리디는 “이스라엘이 말하는 가자지구 내 ‘안전지대’는 사실상 신기루에 불과하다”면서 “안전지대라지만 공격에 무방비 상태이며, 접근도 어렵고 식량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때 안전지대였던 칸유니스에서마저 대대적인 지상전이 시작되자 가자 주민들은 더 남쪽으로 내몰리고 있다. 연일 격렬해지는 공격에 수만여명이 이집트 국경 인근 최남단 도시 라파로 피신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190만여명이 전체 영토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남부 지역으로 몰려든 상태다. 대피소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식량과 의약품은 바닥 났다.
유엔 구호 책임자인 마틴 그리피스 사무차장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더 이상 인도주의적 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포위된 가자지구 남부에서 민간인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라파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세에 떠밀려 이집트로 넘어올 경우 이스라엘과 외교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을 우려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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