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기다리면 넷플릭스 뜨는데 극장서 왜봐?…안보이는 ‘K영화의 봄’ [매경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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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이 모처럼 훈풍을 몰고 왔지만, K영화는 내년 봄을 기약하기 어렵다.
한국 영화산업의 붕괴 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한국 영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OTT로 가는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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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1달후 OTT 공개
영화관 가는 관객들 줄어
6개월 홀드백 제도화해야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범죄도시3’(1068만명)와 ‘밀수’(514만명) 등 단 6편에 불과하다. 제작비 25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 ‘더 문’(51만명)과 137억원을 투입한 ‘유령’(61만명) 등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투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을 못해 창고에 쌓인 영화 50여편의 제작비 회수가 어렵고, 새로운 영화 크랭크 인도 줄어들고 있다. 흥행 수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 2~3년 후에도 ‘K영화의 봄’을 맞기 어렵다.
한국 영화산업의 붕괴 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극장 흥행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재빠르게 OTT로 향했지만, 영화관 관객 감소라는 역풍을 맞았다. 1~2개월만 기다리면 OTT에서 볼 수 있는데, 굳이 비싼 관람료를 주고 극장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고착화되고 있다. 실제로 ‘비공식작전’ ‘자산어보’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등이 개봉 1~2개월 후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됐다. ‘독전2’와 ‘황야’ 등 넷플릭스 직행을 선택하는 영화도 늘고 있다. 넷플릭스는 통상 제작비와 그의 10~20% 정도를 추가 비용으로 주고 미개봉 영화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극장 개봉후 주문형비디오(VOD)나 2차 판권 시장까지 6~12개월 내 ‘홀드백(Hold Back)’ 기간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OTT가 영화산업을 삼키면 전체 시장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현재 극장 관람료의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쓰고 있지만, OTT로 가면 징수할 수 없다. 독립예술영화와 신인 감독을 지원하는 발전기금이 줄면 한국 영화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허진호, 임상수, 최동훈 감독 등을 배출한 한국영화아카데미도 이 기금으로 운영된다. 독립예술영화가 줄어들면 한국 영화 다양성의 힘도 사라진다.
영화산업이 위축되면서 관련 인력이 돈 되는 OTT 드라마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학 영화 관련 학과마저도 유튜브 영상 편집이 가능한 산업디인과에 통폐합되는 중이라 K영화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배우로 활동하는 박근수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영화 관련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진학 학생이 줄어들어 수도권마저 미달 사태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영화 관람료 일부를 지원해 극장을 활성시켜야 관련 인력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OTT가 감독과 배우, 작가 등 창작자들에게 재방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가 협상을 시도했지만 넷플릭스가 외면했다.
한국 영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OTT로 가는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영화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지키려면 지금까지 극장을 구심점으로 구축된 영화산업의 선순환 시스템에 대한 보호가 필수적이다.
영화 강국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홀드백 기간을 제도화해 유통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영화영상법에 의거해 문화통신부 장관령으로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공표했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이탈리아도 작년에 문화부 장관령으로 90일 홀드백 기간을 확정했고, 베니스 영화제는 OTT 영화를 후보로 받아주지 않는다”며 “넷플릭스가 영화를 가져가면 극장과 영화인이 수혜를 못 누리고 배급사만 돈 버는 구조가 정착된다는 위기 의식이 전세계적으로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제2 기생충’을 배양하는 영화 풍토를 만들려면 홀드백 제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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