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낙관론을 부정하는 경제 지표들

입력 2023. 12. 8. 15:01 수정 2023. 12. 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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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 담당/성균관대 MBA 교수

미국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9월 이후 상승세를 타며 10월 중순에는 5%에 근접했다. 전세계 모든 금융자산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위험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뿐 아니라 코스피를 포함한 주요국 주가지수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졌다.

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재무성은 장기채 발행물량 조정을 통해 적극 개입하며 금리 상승세를 진정시키게 된다. 발행물량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채권시장 대기자금은 적극 매수세로 돌아서게 된다. 이에 10년물 금리는 다시 지난 9월의 4.3%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금리 민감도가 극도로 높아진 주식시장은 금리하락에 힘입어 성장주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반등하였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을 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높아진 금리에도 고용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가계소비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국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연준의 금리인하가 어느 시점에 시작될 것인지에 쏠려있다.

필자는 지금과 같이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과정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전 거치는 경기순환 사이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클리어브릿지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체(Jeff Schulze)는 최근 전략보고서에서 경기침체 직전에는 거의 항상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음을 영업보고서 등에 담긴 연착륙에 대한 경영진의 언급 횟수로 보여주고 있다.

1995년 3분기 이후 기업 영업보고서, 프레젠테이션 등에 언급된 연착륙에 대한 언급 횟수(실선)와 경기침체 시기(음영). /자료=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NBER, 클리어브릿지자산운용

실제로 연준이 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면서도 경기연착륙을 유도하는데 성공한 경우는 1980년대 이후 1995년 사이클 단 한번밖에 없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사이클에서는 아직까지 경기침체가 동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9%대에서 3%대로 하락하였다는 점이다.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금 추세라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마지막 1% 포인트 추가 하락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파월 의장을 비롯한 정책당국자들도 조금씩 더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미국 CPI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미 Fed

간과되고 있는 지표들

최근 발표되는 경기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동시에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주 발표되는 실업수당 관련 지표에 의하면 신규 청구건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속 청구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직원 정리에 나서지는 않고 있으나 신규채용은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잠시 활황세를 보였던 고용시장이 작년 가을 나타났던 점진적 둔화세로 다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전체 실업 청구건수는 2년전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서 이 지표를 바탕으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해 보인다.

지난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 실업률에서 0.5% 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경기는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샴의 법칙에 의하면 현재 실업률은 지난 12개월 최저점에서 0.33% 포인트 상승하여 아직까지 0.5% 포인트라는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넘어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샴의 법칙은 일단 실업률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임계점을 넘으면서 큰 폭으로 상승하는 탄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직까지 실업률 상승이 임계점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 경기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는 못한다.

미국 가계조사(Household Survey)는 월간 취업자수 지표를 제공하고 있는데 기업의 채용을 기준으로 한 급여지표(Payroll)보다 변동성이 심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포함하고 있어 고용시장의 추세변화를 감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10월 가계조사에서 취업자수가 35만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은 현재의 낙관론보다 휠씬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가계조사 상 취업자 수는 10월에 큰 폭으로 하락. /자료=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미 Fed

필자가 거시경제 지표 중에서 또 하나 주목하고 있는 것 미국의 실질 국내총소득(GDI)와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갭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대비 3.0%라는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실질 GDI 성장률은 -0.2% 감소세를 보이며 실질 GDP 성장률과 2008년 이후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론적으로 GDP와 GDI는 경제를 지출과 소득의 측면에서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일치해야 하나 개별 측정값의 오차로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측정치의 차이가 현재와 같이 크게 벌어지고 있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GDI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크게 밑돌아. /자료=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미 Fed
미국의 총소득 증가를 크게 웃도는 총지출 증가. /자료=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미 Fed

GDI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경우는 경기가 변곡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초 경기침체와 2008년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기침체 바로 전에도 GDI성장률이 GDP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GDI는 총소득을 의미하므로 GDP 성장률과의 차이는 가계부문에서는 임금 상승률의 하락이나 저축률의 하락에 기인할 수 있다. 기업부문에서는 수익성의 하락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대외 무역부문에서는 달러 강세 또는 세계경기 불황에 기인할 수도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가계저축률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출이 수입을 크게 초과하고 있어 현재의 소비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가계저축륙이 급락하며 소비가 유지되고 있어. /자료=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미 Fed

팬데믹이 경기지표를 급등과 급락의 혼돈으로 만들어 추세를 확정적으로 진단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몇가지 주요지표들은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낙관론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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