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강국’ 獨 잡은 국산 장갑차 ‘레드백’ 필살기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2. 8. 1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호주 수출용 레드백 원조는 ‘K21’
30㎜ 기관포·대전차 미사일 무장
능동방어체계 ‘아이언 피스트’ 장착
복합소재 고무궤도 채택 연료 절감
2025년 ‘韓형 레드백’ 시제품 개발
국군이 시범운용한 수출용 장갑차 AS21 ‘레드백’. 사진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경제]

“AS21 레드백은 태반이 이스라엘 기술이고, 고무궤도는 캐나다 기술이다. 과연 국산 제품이 맞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첨단 장갑차 ‘레드백’(Redback)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레드백에 많은 해외기술이 접목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호주 육군이 요구한 여러 가지 “가혹하기 그지없는” 조건을 만족시키기 전 세계 분야별 최고의 회사들과의 협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차강국 ‘독일’이 만들어낸 최첨단 전투장갑차를 뛰어넘어 호주군 차기 장갑차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현지 법인인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HDA)와 호주 획득관리단(CASG) 간 레드백 수출계약이 체결됐다고 8일 밝혔다. 공급 규모는 129대, 금액으로는 24억 달러(3조1500억원)다.

레드백은 지난 7월 호주 육군의 궤도형 보병전투차량 획득사업인 ‘랜드400’ 3단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랜드400 3단계 사업은 호주 육군 역대 최대 규모의 획득 사업으로, 레드백은 유럽 장비와 승부 끝에 호주의 차기 장갑차로 낙점받았다. 국산 장갑차도 드디어 해외 판매가 이뤄지면서 세계적인 기술력은 인정 받은 것이다.

우리 군도 레드백의 호주 수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육군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K-21 보병전투장갑차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007년 개발이 끝난 K21은 승무원 3명과 완전무장한 보병 9명을 태울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70㎞다. 외부 도움 없이 물에 떠 시속 6㎞로 나아가는 게 가능하다. 40㎜ 기관포와 7.62㎜ 기관총을 달고, 현궁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할 계획이다.

야지주행·장애물 극복 등 기동 능력 ‘최고’

다만 K21 개량화 이후 현대 전쟁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2차 양산 K21에 레드백의 최첨단 기술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여론이 군 안팎으로 높다. 군 소식통은 “기존 K21 추가 주문이 아닌 레드백 선택을 고려하는 방안도 하나의 카드로 가능하다”고 했다.

레드백은 야지주행과 장애물 극복, 제자리 선회, 포탑구동, 병력 승하차 등을 시연하며 뛰어난 기동 능력을 과시해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레드백은 현재 한국군 주력인 K-21 보병전투장갑차에 비해 가격은 3배 가량 비싸다. 그러나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레드백 장갑차의 최신 성능과 신뢰성 등 시범운용 실적을 제공해 해외수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우리 군이 요구하는 성능과 기술이 접목된 ‘한국형 레드백’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형 레드백은 ‘신속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될 것으로 전해졌다.

신속연구개발 사업은 신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를 신속히 개발한 뒤 군사적 활용성을 확인한 후 이를 국내 소요와 연계해 첨단 무기체계를 조기에 도입 및 운용하기 위한 제도다. 신무기를 개발해 도입하는 데는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면 2025년까지 한국형 레드백 시제품도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드백의 우수성은 육군이 시범운영하는 KF21 장갑차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K21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레드백을 만들어 두 장갑차는 DNA가 같은 것 같지만 K21과 레드백은 확인하게 차이가 난다.

K-21 장갑차는 40㎜ 기관포를 갖추고 물 위에 떠 도하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반면 무게를 줄이려다 보니 방어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차·장갑차들이 우크라이나군 휴대용 대전차 무기 등에 대량으로 파괴되면서 방어능력이 약한 전차와 장갑차의 취약점이 크게 부각되면서 차세대 전차와 장갑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됐다.

하지만 레드백은 30㎜ 기관포 외에 대전차 미사일, 12.7mm 및 7.62mm 기관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강력한 장갑과 적 대전차미사일·로켓을 직접 요격하는 ‘아이언 피스트’ 능동방어시스템 등을 갖춰 방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당 가격은 100억원 이상으로 비싸다. 현재는 우리 군이 시범 운용 중이다. 부담스런 가격 탓에 일부 사양을 줄여 가격을 낮춘 한국형을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능동방어 시스템은 이지스 구축함 방식

특히 능동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피스트’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과거 탱크나 장갑차는 미사일과 같은 적의 대전차 화기를 만나면 피해야만 했다. 현대전에서는 미사일을 사전에 탐지하고 연막탄을 자동으로 발사하거나, 전자 장비로 미사일의 센서를 교란하는 소프트킬(soft kill) 기술을 활용한다.

최근엔 대응탄을 발사해 대전차 무기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hard kill) 기술로 발전했다. 레드백엔 이런 기술이 채택됐다. 장갑차로 접근하는 적 대전차 미사일을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로 포착한 뒤 이를 요격하는 아이언 피스트(Iron Fist)가 갖춰졌다. 이지스 구축함이 SM-3 미사일로 적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방식이다.

또 열상장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장비인 열상 위장막과 궤도에 철이 아닌 복합소재 고무궤도(CRT)를 적용했다. CRT는 철제 궤도와 비교하면 주행 소음이 적고, 기동 성능이 높아진다. 내구성도 더욱 늘어났다. 덕분에 철제 궤도보다 50% 이상 가볍기 때문에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레드백 장갑차가 호주 현지에서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뿐이 아니다. 레드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라인메탈사의 KF41은 레드백보다 약간 큰 35㎜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다. 그렇지만 항속거리면에서 레드백이 520km인 반면 KF41은 500km로 레드백이 다소 앞선다. 여기에 지휘관이 장갑차 내부에서 특수 헬멧으로 밖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이언 비전’(Iron Vision)도 탑재했다.

통상 장갑차 내부 승무원은 밖을 볼 수 없다. 조준경과 잠망경이 외부를 관측하는 도구인데 시야가 아주 좁다. 그래서 아이언 비전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다. 장갑차 밖의 영상을 헬멧 장착형 디스플레이에 뿌려준다. 고개만 휙휙 돌리면 마치 투명 장갑차 너머 외부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가능하다. 군 소식통은 “독일 라임메탈사의 링스와 제원상 성능은 막상막하였지만 호주 시험평가 중 일부 부문에선 레드백이 앞선 평가를 받는 요인 중에 하나는 아이언비전 장착”이라고 전했다.

레드백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강점은 수출을 위해 개발된 무기라는 것이다. 수출용 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글로벌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장비와 부품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기술이 필수적인데 이를 인정 받았다는 것이다. 장갑차가 K방산에서 핵심 무기체계로 떠오르게 된 이유기도 하다.

더욱이 지상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험을 지닌 독일 라인메탈을 꺾었다는 것은 향후 수출 시장에서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올해 초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독일산 레오파르트2A7+에 패한 적이 있다.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NIFV) 형상. 중량 45t,유무인복합체계(MUM-T·멈티)와 인공지능(AI) 및 표적탐지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360도 상황인식 및 능동방호시스템, 상부 레벨 6방호 , 차체 하부 레벨 4방호 능력을 갖춘다. 사진=디펜스타임즈 캡처

반가운 소식은 더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은 주력 보병전투차량(IFV)인 ‘K21’이 진화한 개량형인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NIFV)’ 개발에 착수했다. 가칭 ‘K31’로 명명된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NIFV)다. NIFV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장갑차 사업 수출용으로 제작한 레드백이 진화한 ‘개량형 (한국형)레드백 ’인 것이다.

NIFV 사전 개념연구는 이미 끝난 상태로 알려졌다. 소요검증을 통해 탐색개발과 체계개발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2030년대 중후반쯤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 개발은 2025년부터 시작해 2030년대 초반에 양산, 인도를 거쳐 2030년대 중후반에 전력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개량형 레드백은 취약점으로 지적된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중량 30t 수준에서 중량 45t으로 유무인복합체계(MUM-T·멈티)로 운용되며, 인공지능(AI) 및 표적탐지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을 갖춰 미래형 최첨단 장갑차로 변신하게 된다. 여기에 360도 상황인식 및 능동방호시스템, 상부 레벨 6방호 , 차체 하부 레벨 4방호 능력 등을 보강해 세계 최강의 장갑차로 거듭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SNT다이내믹스의 40mm CTA 건을 비롯해 12.7mm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장착돼 장갑차 내부에서 무인사격도 가능해진다. 사거리 8km 대전차 미사일도 도입된다. 또 고무궤도와 함께 능동형 현수장치를 갖추게 돼 K21의 단점으로 지적된 점도 보강할 예정이다. 능동형 현수장치는 장갑차 주변의 상황을 센서로 파악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전에 현수장치를 가동해 험지에서도 기동력이 보장되는 강점이 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