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50. 보선 완패 그 후 2개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 정체
총선 4개월 앞두고 정부 견제론 51%
"첩첩산중 백척간두 엄동설한" 자성 목소리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실시됐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지 벌써 2개월이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개월 동안 “국민은 무조건 옳다”며 직접 ‘반성’을 언급하고 내각과 비서실에 ‘민생현장’ 하방령을 내리며 몸소 민생 경제를 챙겨왔습니다. 국민의힘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혁신’에 도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는 다시 상승하며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지고 있을까요? 보궐 선거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민심의 흐름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한국갤럽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실시된 지난 10월 2주차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34%였다.
그 후 2개월이 흐른 8일 발표된 같은 기관이 실시한 12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2%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35%를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는 무선전화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2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1%포인트 하락하고 1%포인트 올랐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향한 경고로 평가됐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이후 민심은 개선되지 않고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 패배후 “나도 민생현장으로 더 파고들겠다. 참모들도 책상에만 있지 말고 민생현장으로 가라”고 했다. 또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저와 우리 내각에서 좀 많이 돌이켜보고 반성도 좀 많이 하겠다. 국민소통, 현장소통, 당정소통을 더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민생과 소통을 화두로 시도했던 국정 변화의 몸부림을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어느 쪽 주장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정부 지원론’이 35%, ‘정부 견제론’이 51%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론(42%)과 견제론(44%)이 비슷했다. 지난 4월 견제론이 우세 구도로 바뀐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는 여권에 경종을 울린다는 평가다. 지난 10~11월 연속 감소했던 격차가 12월들어 6%포인트에서 16%포인트 차이로 크게 벌어졌다는게 한국갤럽의 설명이다.
결국은 지난 2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국정쇄신’과 여당의 ‘혁신’ 노력이 국민 눈높이에는 낙제점이었다는 결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현장 하방령을 내린후 김대기 비서실장은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마포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배추를 들어 보이며 시장상인들과 소통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같은 민생현장 방문 행렬이 노력은 가상하지만 결국 보여주기 위한 ‘쇼’로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모습이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568호(2023년 12월 1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에 대한 부정 평가자(591명·자유응답)들이 지목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이 경제·민생·물가(19%)다. 대통령과 여당이 연일 ‘민생’을 외치며, 현장을 찾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여당에 대한 민심도 개선의 여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강서구청장 완패후 당의 혁신을 책임지고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당 지도부와 소위 ‘윤핵관’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조기 해산했다.
지난 10월26일 출범했던 혁신위는 지난 7일 조기 해산을 결정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 ‘50% 성공’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혁신위가 제안했던 ‘혁신안’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국민들은 일련의 집권여당 행태를 지키보며 지지는 물론 기대마저 하나하나 접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데일리 오피니언 제566호(2023년 11월 4주)에 따르면 당 대표 직무 평가에서 김기현 대표는 긍정이 26%, 부정이 61%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긍정이 31%, 부정이 60%로 조사됐다. 사법 리스크로 법원을 오가는 이재명 대표가 김기현 대표보다 긍정 평가가 무려 5%포인트나 높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42%,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9%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65%, 보수층에서 57%가 인 위원장의 역할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정부 견제론이 절반을 넘겨 51%를 기록했다는 점은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긴장하고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과 함께 인적 개편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담겼다. 하지만 최근 이뤄진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은 이런 민심과 거리가 멀다.
국정 쇄신을 위한 참모진 개편이나 개각이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고 있는 ‘회전문식’ 인사가 본질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에 정책실을 신설하고 실장에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기용했다. 또 정무수석에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경제수석에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시민사회수석에 황상무 전 KBS 앵커, 사회수석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 홍보수석에 이도운 대변인을 임명했다.
실장과 수석 등 주요 참모 6명을 모두 바꾸는 전면적인 인적 개편이었지만 실제로는 인사 대상자 3명은 기존 대통령실에서 수석과 비서관으로 일했던 인물들의 승진과 자리 이동에 그쳤다는 평가다.
국민 시각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에 적지 않은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자리를 지키며 오히려 더 높이 출세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개각을 단행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박상우 전 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에 송미령 전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에 강도형 해양과학기술원장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에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을 내정했다.
6일에는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고 교육부 차관에 오석환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보훈부 차관에 이희완 해군 대령을 임명했다.
지난 4일자 개각은 장관 후보자 6명 가운데 절반인 3명을 여성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대부분이 해당 분야 전문가와 관련부처 출신 정통 관료라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와 이희완 보훈부 차관도 소년가장 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과 군인으로서 위국헌신(爲國獻身)을 실천한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의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간 회전문 인사. 일부 여성장관 후보자의 직무역량에 대한 의문 등은 논란거리다.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부정평가 이유 항목 중 인사(人事)가 4% 안팎에서 계속해 지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직무 긍정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것은 외교 분야다. 동시에 부정평가 항목 중 경제·민생에 이어 높은 분야 역시 외교 분야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세일즈 정상외교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잦은 정상외교 일정을 겨냥해 “윤 대통령이 해외 체류중 잠시 방한했다”고 비난하고 나설 정도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항목에서 ‘국내문제 소홀’이 등장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2030 세계엑스포 부산유치 실패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윤석열 정부와 여권에 일격을 가한 복병이었다.
윤 대통령은 집권후 1년 반 동안 양자나 다자 외교무대에서 96개국 정상들과 150여 차례 만나 부산엑스포 세일즈에 공을 들여 왔으나 결국 무산됐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표 계산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결국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말 지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면서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제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부산 시민들을 만나 “먼저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이를 추진할 범정부 거버넌스를 신속히 만들겠다”면서 “획기적인 규제혁신 특례 지원으로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며 흔들리는 부산 민심을 달랬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 견제론’이 51%로 나타나 여권에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표현처럼 ‘첩첩산중’, ‘백척간두’, ‘엄동설한’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 필자소개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2022년 정권 교체기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했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통해 대통령실의 국정을 기록하며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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