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이정래 KCC 트레이너, “저의 초점은 늘 선수입니다”

손동환 2023. 12. 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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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10월 24일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이정래 KCC 트레이너는 2001년부터 프로농구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농구와 트레이닝의 변화를 마주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선수가 먼저’라는 생각이다. 이는 이정래 트레이너의 근간이 되는 신념이기도 하다.

 

“어려움이요? 재미가 더 컸습니다!”
이정래 트레이너는 KBL에서 22년 이상 보낸 베테랑 트레이너다. 그러나 이정래 트레이너도 ‘시작’이라는 과정을 경험했다. 초보 트레이너로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게다가 이정래 트레이너의 입사 초기만 해도, 선수들의 운동 및 치료 환경이 좋지 않았다. 트레이너 파트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정래 트레이너의 업무량이 많았다. 하지만 이정래 트레이너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일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트레이너를 꿈꾸신 건가요?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유도를 했습니다. 형사 쪽으로 진로를 설정했죠. 저희 과 출신 선배님들께서 형사를 많이 했거든요. 그렇지만 IMF를 포함한 여러 일들이 발생했고, 형사를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트레이너를 진로로 설정했습니다.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운동생리학과 해부학 등 기본 지식을 공부했고요.
KBL에서는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셨나요?
얼마 전 퇴직하신 박순진 선배님(전 원주 DB 트레이너)께서 저의 1년 선배님이십니다. 당시 원주 TG삼보(현 원주 DB)에 계셨는데, “트레이너 1명이 더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2001~2002시즌에 견습생 신분으로 TG삼보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2002~2003시즌부터 TG삼보의 정식 트레이너로 일했습니다.
어느 분야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하기 마련입니다.
트레이너의 핵심 임무는 선수들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테이핑과 물리치료 등이 포함되죠. 그렇지만 저는 그런 일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실수가 많았죠.
입사 초기만 해도, 선수들의 운동 환경이 지금처럼 좋지는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운동 환경이나 회복 관련 재료 등이 지금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휴식 환경도 미흡했고요. 그래서 선수들은 부상의 위험에 많이 노출됐습니다.
또, 지금은 3~4명의 트레이너가 팀마다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희 팀 트레이너가 2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겪은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김승기 감독님(현 고양 소노) 같은 쟁쟁한 분들이 저희 팀의 선수였는데, 제가 그 분들을 대하기 너무 어려웠습니다.(웃음) (왜 그러셨나요?) TV로만 봤던 분들을 눈앞에서 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외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트레이너가 2명밖에 없다보니, 치료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퇴근 시간이 보통 저녁 11시였던 걸로 기억해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쟁쟁한 선수들을 보는 것만 해도 좋았고, 일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만 관리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심리 상태도 체크한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한 후, 경기에 뛸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코칭스태프와 의논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를 잘 연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심함과 열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선수들의 부상이 그렇다. 그래서 트레이너는 숱한 돌발 상황들을 대비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트레이너의 하루는 꽤 바쁘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선수들은 보통 하루에 두 번의 팀 훈련(오전-오후)을 합니다. 저는 선수들의 스트레칭과 웜업, 훈련 준비와 훈련 마무리 등을 돕습니다. 시즌 때는 경기 스케줄에 훈련을 준비하고요. 선수들이 최대한 비슷한 루틴으로 시즌을 보내도록, 저희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보통 숙소에 있습니다. 오전 훈련과 오후 훈련 사이에는 선수들을 치료하고, 오후 훈련 종료 후에도 아픈 선수들을 살펴줍니다. 보강 운동이나 재활 훈련하는 친구들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요.
트레이너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스태프입니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줘야 하는 직업이고요.
모든 트레이너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치료 시간에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특히, 아픈 선수들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트레이너들이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선수들이 스트레칭 할 때도, 저희는 선수들에게 불편한 곳과 불편한 정도를 세심하게 확인해요. 또, 선수들의 텐션이 떨어져있을 때, 저희들이 조언과 격려의 말도 해줍니다. 선수들의 몸도 그렇지만, 심리와 멘탈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가교 역할도 해야 합니다.
선수를 대신해 이야기할 때도 있고, 코칭스태프를 대변할 때도 있습니다. 선수들의 부상 정도와 선수들이 원하는 걸 잘 취합해야 하고, 코칭스태프의 피드백 또한 선수들에게 잘 전달해야 합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트레이너들도 중간에서 잘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때랑 여과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선수가 뛰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갖고 있는데, 코칭스태프는 ‘저 정도면 뛸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품을 수 있습니다. 그때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가 전문가로서 설명을 잘 해야 합니다.
반대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수의 부상을 아는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선수는 “뛸 수 있다”고 해요. 그때 제가 코칭스태프의 입장을 선수들에게 잘 이야기해야 합니다. 물론, 선수의 생각도 꼼꼼하게 듣고요.
트레이너 파트가 아무리 신경 써도, 부상은 꼭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부상 방지’는 트레이너 파트의 첫 번째 임무인데요.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 관리에 온 신경을 세워야 합니다. 다친 선수가 누구보다 마음 아프겠지만, 트레이너도 선수들의 부상을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죠.
하지만 선수들의 부상에 아픈 마음만 품을 수 없습니다. 선수들이 다쳤다면, 저희들은 선수들의 건강한 복귀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스트레칭과 웜업, 지속적인 소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해야 해요.

“전창진 감독님은...”
‘사단’이라는 표현이 있다. 축구 코칭스태프를 일컬을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한 명의 감독이 코치-전력분석-트레이너 등 자신의 지도 방향을 아는 스태프를 데리고 올 때, 미디어와 팬들은 ‘사단’이라는 말을 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례가 KBL에도 종종 있다. 2002~2003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KCC 감독도 그렇다. 이정래 트레이너는 일명 ‘전창진 사단’의 핵심 인물 중 하나. 전창진 감독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스태프이기도 하다.

전창진 감독님의 카리스마는 너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정래 트레이너께서도 처음에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옆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대화도 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20년 넘게 함께 했는데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 정도로 어려운가요?) 어렸을 때 접했던 감독님의 이미지가 아직도 있나봐요.(웃음) 다만, 선수들의 몸 상태와 부상 정도만큼은 감독님한테 디테일하게 보고합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전창진 감독님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기도 합니다.
많이 온화해지셨습니다.(웃음) 선수들한테도 그렇고, 스태프한테도 그래요. 저 역시 감독님 방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사적으로도 많이 챙겨주시고요. 훈련 중에 잘못된 것들만큼은 엄하게 다그치시지만, 그런 사례도 많이 줄었어요. 다만, 카리스마는 여전하십니다.(웃음)
전창진 감독님께서 트레이너들에게 강조하는 건 무엇인가요?
선수들의 건강을 많이 신경 쓰세요. 부상도 부상이지만, 감기와 사소한 질병도 말씀하세요. 감기를 포함한 질병들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저해할 수 있거든요.
앞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운동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트레이닝 방식도 많아졌고요. 이정래 트레이너께서도 많은 변화를 느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큰 근육을 만드는데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많은 무게를 사용하지 않고도, 효과를 보는 운동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가벼운 무게로 운동해도, 무거운 무게를 드는 만큼의 효과를 얻는 방법이죠.(밴드 운동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운동 이론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체력 관리 방법이 적힌 서적이나 스포츠 의학 서적 등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기존의 틀과 새롭게 공부한 것들을 5대5로 맞춰, 체력 훈련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중점사항은 늘 선수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정래 트레이너는 전창진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최고의 순간도 경험했고, 어려웠던 순간도 같이 겪었다.
그리고 2023~2024시즌이 됐다. 이정래 트레이너의 소속 팀인 부산 KCC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다만, 주축 자원 중 한 명인 최준용이 컵대회에서 내전근을 다쳤고, 제대 예정자인 송교창도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또, 예기치 못한 부상 변수가 KCC에 닥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래 트레이너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선수들의 부상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정래 트레이너도 자신의 임무를 누구보다 잘 알다. 그리고 후배 트레이너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번 시즌 중점사항은 어떻게 되나요?
중점사항은 매 시즌 동일합니다. 선수들이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매년 태백 전지훈련마다 천제단에 기도를 올립니다. 부모님과 가족, 선수들의 건강을 빌죠. 물론, 저한테 주어진 일 역시 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선수들도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거든요.
우승을 또 한 번 꿈꾸실 것 같아요.
(이정래 트레이너는 2002~2003시즌과 2004~2005시즌, 2007~2008시즌과 2016~2017에 우승을 경험했다. 2016~2017시즌에는 김승기 감독과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우승 반지를 획득했다)

올해는 우승을 한 번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선수들의 건강 관리가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만 잘 된다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해요.
트레이너로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일을 시작할 때부터 ‘내가 이걸 해야 해’라는 욕심은 없었습니다. 욕심을 품으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고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선수들의 퍼포먼스와 컨디션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선수들이 있어야, 트레이너도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트레이너를 그만둘 때까지 선수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 스포츠단 트레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트레이너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학교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지식의 깊이가 분명 예전과 다릅니다. 그 점은 고무적이라고 봐요. 하지만 그런 지식을 현장과 잘 접목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선수들의 건강에 잘 녹여내야 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수를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선수와 함께 하는 단체 생활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향한) 예의와 겸손함이 정말 중요해요. 트레이닝 관련 지식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박영태(본문 2~3번째 사진), KBL 제공(본문 4~5번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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