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이판사판’과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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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속에는 알게 모르게 불교 용어가 많이 들어 있다.
소신공양인지 입적인지, 자살인지 여러 가지 말로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지만 필자는 이러한 어휘는 접어두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많이 사용되고 잇는 불교 용어 두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판사판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데 그 의미는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이른다.
오랜 시절 불교와 가까이 지내온 민족이라 우리의 언어 속에도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음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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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의 입적으로 새삼 불교 용어가 우리 언어에 많은 영향을 키치고 있음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신공양인지 입적인지, 자살인지 여러 가지 말로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지만 필자는 이러한 어휘는 접어두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많이 사용되고 잇는 불교 용어 두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승 전)조계종 총무원장은 사판승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사판승이 무슨 뜻인가 하면서 어디 가서 묻기도 힘든 모양이다. 이참에 이판승과 사판승에 대한 개념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판사판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데 그 의미는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이른다. 흔히 사람들은
나도 이제 이판사판이야. 마음대로 해 봐.
아기로, 태호가 이판사판으로 대들고 있네.
라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갈 데까지 다 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의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금은 그렇게 쓰이고 있지만 원래 이판승과 사판승을 이르는 말이었다. 일단 자승 스님은 사판승이다. 그럼 사판승이 무슨 뜻일까? ‘사판(事判) + 승(僧)’으로 “절의 사무나 경리 등을 맡아서 처리하는 승려”를 이르는 말이다. 즉 행정직 승려하고 보면 적당하다. 자승 스님은 행정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리가 7과나 나왔다. 사리는 ‘불타나 성자의 유골’을 말하는 것인데, 요즘은 승려가 입적한 후 화장을 한 후 나오는 구슬 같은 것만을 이르는 것으로 대중화되었다.
다음으로 이판승(理判僧)은 “속세를 떠나 수행에만 전념하는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아마도 성철 스님이 대표적인 이판승이 아닌가 한다.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에 의해 사람들이 스님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관계없이 무시하기 쉬웠고, 이판스님을 사판스님으로 부르고 사판스님을 이판스님으로 부르는 등의 호칭이 헷갈리면서 뜻이 전도되기도 하였다. 이판이나 사판이나 다 ‘막판이 되었다’고 해서 요즘은 막다른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이판사판이라고 한다.
한편 ‘사람들이 몹시 많이 모여서 떠들고 소란스럽게 하는 행위’를 야단법석이라고 한다. 원래는 “야외에서 크게 펼치는 설법 강좌”를 이르는 단어였는데, 이런 모임 때마다 시끄럽고 소란스럽기 때문에 이와 같이 변했다. 예문으로는
너는 야단법석 통에 잠이 오니?
와 같이 쓴다. 설법하는 자리(법석(法席)가 어수선하고 시끌시끌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법석(法席)은 법정에서 재판장이 앉는 자리를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설법이나 법회를 하는 자리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 북새통은 “많은 사람이 부산스럽고 시끌시끌하게 떠들어 대며 법석이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북새통의 어원을 찾아볼 수가 있다. 북새통은 ‘법석통’에서 유래했다고 유추한다. 야단법석에 나오는 ‘법석 + 통’이 변해서 ‘북새통’으로 된 것이라고 본다.
언어는 항상 사대의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 근본을 알고 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오랜 시절 불교와 가까이 지내온 민족이라 우리의 언어 속에도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음은 당연하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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