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연말결산] 제2의 임영웅·송가인, 백사장 바늘만큼 찾기 어렵다
트로트가 또다시 안방극장에 울려 퍼진다. 올해도 TV조선과 MBN이 연초에 이어 연말까지 트로트 예능 대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N년째 염불 외듯 되풀이하는 '포스트 임영웅·송가인'의 탄생도 관전포인트다. 대형 트로트 스타 발굴이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이유를 짚어봤다.
◆ TV조선 VS MBN, 또 트로트 예능 대전
올해 초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으로 시작된 트로트 오디션 예능 대전. 연말에 이르러 각각 '미스트롯3'과 '현역가왕'을 내놓으며 2차 대전에 돌입했다.
트로트 예능 원조 채널을 자처하는 TV조선의 강력한 IP는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시리즈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현재 트로트 가수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임영웅을 배출한 '미스터트롯'에서 정점을 찍었다.
'보이스트롯'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MBN은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제작한 서혜진 PD를 영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서 PD는 TV조선 퇴사 후 독립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에서 '불타는 트롯맨'과 '현역가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눈에 띄는 예능은 '미스트롯3' 보다 먼저 시작한 '현역가왕'. 2024년 치러질 '한일 트로트 가왕전'에 나갈 대한민국 대표 최정상급 여성 현역 트로트 가수 TOP7을 뽑는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지난달 28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미스(터)트롯' 시리즈와의 차별점은 현역 가수들의 왕중왕전이라는 점. 트로트 신예 발굴에 방점을 뒀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실력이 이미 검증된 유명 트로트 가수는 물론 발라드 가수 린까지 가세하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도전장을 내민 가수들이 출연한다.
이에 반해 오는 21일 방송될 '미스트롯3'의 장점은 신선함. 경력 가수들도 등장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과 떠오르고 있는 신예들에 초점을 맞춘, 오디션의 성격이 더 강한 프로그램이다.
취향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할 트로트 시청층에겐 행복한 고민이지만, 방송사들에겐 사활이 걸린 일. 비슷한 시기, 서로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는 점에서 경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제2의 임영웅·송가인?"…백사장서 바늘 찾아내려면
잘 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속작에게 '포스트 OOO' 탄생을 기대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 그러나 '미스트롯'은 약 4년 전, '미스터트롯'은 3년 전에 종영됐음에도 두 프로그램의 우승자인 송가인과 임영웅의 뒤를 잇는 대형 스타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바꿔 말하면 후속 프로그램들이 전작의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단순한 지표인 시청률만 봐도 그렇다.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던 '미스터트롯1'에 비해 시즌2는 이보다 낮은 24.0%로 마무리됐다. '미스트롯2'는 '미스트롯1'보단 시청률이 높았으나, '미스터트롯1' 흥행의 수혜를 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우선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성공 이후, 유사한 포맷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제작됐다. TV조선과 MBN은 포맷 표절 여부를 놓고 소송전을 벌일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현재 트로트 예능에 도전하는 가수들이 스타성이 부족하다거나, 프로그램의 재미가 질적으로 하락했으며, 트로트 예능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는 부차적이다.
무엇보다 트로트 가수들 간 경쟁이 심화됐고, 리스너들은 좋아할 가수들의 풀이 넓어진 점이 가장 큰 이유다. 2000~2010년대 예능계를 주름잡던 유재석, 강호동 급의 '국민 MC'를 이젠 방송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와 비슷하다. TV 방송의 영향력이 낮아졌을뿐더러 아이돌, 배우, 코미디언,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까지 너무나 다양한 인물들이 방송계에서 활약 중이다.
또한 트로트 가수들의 성공을 견인하는 건 강력하게 결집한 팬층. 트로트는 팬덤의 영향력이 여느 아이돌 팬덤만큼 큰 장르다. 트로트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만큼 시청층은 한정되어 있는데, 신규 팬의 유입이 점점 어려워질수록 스타 탄생도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대형 스타의 탄생이 프로그램 성공의 흥행 필수 조건은 아니다.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아낸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바늘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 그럼에도 바늘 찾기는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꿈의 과제이자 궁극적인 목표. 송가인, 임영웅 등 대형 스타를 탄생시킨 맛을 본 트로트 예능들이 어떻게 성공 전략을 꾸릴 지 지켜볼 일이다.iMBC 백승훈 | 사진 iMBC DB | 사진제공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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