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가 시상자를 고르는 요지경 세상[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안진용 기자 2023. 12. 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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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팝 시장에서 의아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왜일까요? 수익을 노리고 우후죽순 생긴 K-팝 시상식 때문인데요.

여러 언론사들이 직접 시상식을 주최하고 섭외 전쟁을 치르면서, 내로라하는 K-팝 그룹을 보유한 기획사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죠.

K-팝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스타 권력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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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팝 시장에서 의아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지난달 28∼29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3 MAMA AWARDS’가 열렸는데요. 4개의 대상 중 2개의 대상을 거머쥔 걸그룹 뉴진스가 불참했죠. 물론 개인 일정으로 시상식 참석이 어려울 수 있지만, 영상을 통한 수상 소감조차 들을 수 없었는데요. 군 입대를 앞둬 시상식에 불참한 BTS가 또 다른 부문 대상 수상 후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며 팬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납득하기 어려운 그림은, 지난해 열린 ‘2022 MAMA’에서 촉발됐습니다. 뉴진스는 2022년 7월 데뷔 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지만 무관에 그쳤는데요. 뉴진스는 당시 여러 신인 그룹이 상을 받은 ‘페이버릿 뉴 아티스트’ 부문에서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당시 그들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던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인데, 데뷔 반년밖에 되지 않은 뉴진스가 ‘누적 앨범 판매량 100만 장’이라는 후보 선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었죠. 이후 뉴진스는 MAMA를 주최하는 CJ ENM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고, 2023 MAMA에도 불참했습니다. 하지만 뉴진스는 며칠 후 열린 ‘2023 멜론뮤직어워즈’ 에는 참석해 직접 트로피를 받았고, 이튿날 소속사는 이를 자화자찬하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죠. MAMA 불참이 지난해 상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소속사의 노골적 감정 임이 드러난 셈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MAMA 측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원칙과 기준을 깨면서 뉴진스에게 상을 줬다면 어땠을까요? 반대로 올해 불참한 뉴진스 대신 참석한 다른 가수에게 상을 주며 감정적 대처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시상식으로서 존재가치가 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내막을 빤히 알고 있는 언론 중 이를 비판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수익을 노리고 우후죽순 생긴 K-팝 시상식 때문인데요. 여러 언론사들이 직접 시상식을 주최하고 섭외 전쟁을 치르면서, 내로라하는 K-팝 그룹을 보유한 기획사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죠.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다가 ‘시상식 불참’이라는 날벼락(?)을 맞을까 지레 몸을 사리는 겁니다. K-팝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스타 권력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는데요. 하지만 인기를 무기 삼은 원칙 없는 만용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제 살을 파고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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