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의 '고려거란전쟁'과 로운의 '혼례대첩', KBS 살린 사극의 저력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2. 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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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 KBS 드라마를 살렸다? 최근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과 월화드라마 <혼례대첩> 을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극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는 건 MBC <연인> 의 성공에 이은 KBS <고려 거란 전쟁> 과 <혼례대첩> 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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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고려거란전쟁’과 퓨전 ‘혼례대첩’, 활짝 핀 KBS 사극시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사극이 KBS 드라마를 살렸다? 최근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과 월화드라마 <혼례대첩>을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최고 시청률 8.4%(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화제성까지 잡은 데다 OTT 시청 상위 순위도 거머쥔 <고려 거란 전쟁>이 앞에서 끌고 나간다면, 4.5%라는 적지 않은 최고 시청률에 웰메이드 호평이 이어지는 <혼례대첩>이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랄까.

두 작품은 최근 사극이 지상파 드라마들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그 경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OTT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면서, 드라마 하면 지상파를 떠올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극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는 건 MBC <연인>의 성공에 이은 KBS <고려 거란 전쟁>과 <혼례대첩>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하나는 정통사극이고 다른 하나는 퓨전사극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그건 현재 사극이 그만큼 다양해졌고 그래서 장르적으로나 소재적으로나 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와 거란 간에 있었던 26년간의 전쟁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가져온 <고려 거란 전쟁>이 정통사극이라면, 조선사회라는 시공간과 당대의 풍습 같은 걸 밑그림으로 그렸지만 그 위에 현대물에 가까운 로맨틱 코미디의 달달하고 아기자기한 서사를 촘촘히 얹어놓은 <혼례대첩>은 퓨전사극이다.

한때는 역사냐 상상력이냐를 두고 정통이냐 퓨전이냐의 호불호를 나누곤 했지만,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 취향대로 사극을 즐기는 시대에 들어왔다는 걸 이 두 작품의 색깔이 말해준다. 흥미롭게도 두 작품은 모두 '전쟁'과 '대첩'이라는 단어들을 제목에 쓰고 있지만, 그 양상은 진짜 피가 튀는 전쟁과 달달한 남녀 간의 사랑의 밀당을 담은 대첩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 작품을 각각 이끌고 있는 최수종과 로운이라는 배우들의 면면도 다양해진 사극의 스펙트럼만큼 흥미롭다. <태조 왕건>, <대조영> 등 최수종이 정통 대하사극을 그간 이끌어온 기성배우를 대표한다면,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주목받은 후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연모> 같은 작품도 소화했던 로운은 최근 퓨전사극에 도전하는 다양한 신예들을 대표하는 느낌이다.

물론 <고려 거란 전쟁>과 <혼례대첩>이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징 하나로 성공한 건 아니다. 이 사극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과거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려 거란 전쟁>은 전쟁 신에 공을 들였다. 흥화진전투의 다양한 양상으로 벌어지는 전쟁 신은 그래서 과거 KBS 대하사극과는 달라진 완성도로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혼례대첩>은 퓨전사극이지만 미술, 의상 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연등회 장면이나 단오 풍경 같은 풍속적 영상들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그래서 '눈이 즐거운 사극'으로 불리게 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로운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영상미가 주는 아름다움에 더더욱 빠져든다는 반응들을 내놓는다.

물론 사극 자체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시청층과, 역사나 배경이 갖는 장르적 매력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게 완성도를 높인 점이 두 작품에 호평이 쏟아진 이유라는 것이다. 정통에서부터 퓨전까지 아우르는 KBS 사극의 성과는 그래서 현재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지상파 전체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플랫폼에 어울리는 장르나 소재를 가져오되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눈높이에 맞는 완성도를 갖추라는 것이 그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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