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에서 좀비 기업으로…'멸종의 해' 치르는 美 스타트업

김기성 2023. 12. 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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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겨우 버텨오다 속속 무너져…"10년 만에 최악"
자금 일부 반환·교훈 나누기 인기…폐업 지원업체는 '성업'
지난달 파산보호 신청을 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게티이미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110억달러(14조4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리브 AI(인공지능)는 8억5천200만달러(1조1천억원), 트럭운송 스타트업 콘보이(Convoy)는 9억달러(1조2천억원), 그리고 주택 건설 스타트업 비브(Veev)는 6억4천700만달러(8천500억원)를 각각 조달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는데, 최근 6주 동안 모두 파산보호 신청을 하거나 폐업했다.

한때 주목을 받던 기술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신생기업)에서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고, 올해는 이들에게 '멸종' 수준의 해였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많은 기술기업이 지난 2년간 비용 절감을 통해 겨우 버텨왔으나 이제 자금과 시간의 부족에 직면해 있고, 속속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높은 이자율, 불확실한 경제 환경, 실리콘밸리 관련 은행들을 강타한 은행 위기에 따라 초기 단계 기업에는 자금이, 후기 단계 기업에는 현금화 기회가 각각 부족하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투자자들이 더는 비전에는 관심이 없고, 벤처캐피털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일부에 폐업이나 매각을 촉구하는 실정이다.

NYT와 CNN에 따르면 문을 닫지는 않았어도 스타트업들의 곤경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이벤트 플랫폼 스타트업인 호핀(Hopin)은 16억달러(2조1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고 한때 가치가 76억달러(10조원)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지난 8월 주요 사업을 단 1천500만달러(200억원)에 매각했다.

7억7천600만달러(1조원)를 조달한 스쿠터 회사 버드(Bird)는 지난 9월 주가가 낮다는 이유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이 회사의 시총 700만달러(92억원)는 창업자인 트래비스 반더잔덴이 2021년에 구입한 마이애미 맨션의 가치 2천200만달러(288억원)보다 훨씬 적다.

이들 기술 기업은 사업 중단이나 매각 시 이를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손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또 업계의 암울한 상황은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의 호황에 가려진 면도 있다.

피치북의 데이터에 따르면 민간 벤처의 지원을 받는 미국 기업 약 3천200개가 올해 폐업했다. 이들 회사는 벤처 자금으로 272억달러(35조6천억원)를 모금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을 위한 벤처캐피탈 자금은 작년의 절반 아래로 감소해, 올해 자금 조달 규모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

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르타는 자사 플랫폼에서 최소 1천만달러(130억원)를 모금한 스타트업 중 87개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배다.

카르타의 인사이트 책임자인 피터 워커는 링크트인에 "올해는 스타트업에 최소 10년 만에 가장 어려운 해"라고 밝혔다.

폐업 사례가 너무 많아 일부 내부자 사이에서는 스타트업의 멸종 수준의 해로 부른다고 CNN은 전했다.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8배로 증가해 3천440억달러(450조원)에 이른다.

이 기간 세븐일레븐 등도 펀드를 출시할 정도로 벤처 캐피털 투자가 유행하면서, 유니콘 기업 수는 수십 개에서 1천개 이상으로 늘었다.

NYT는 스타트업에 실패는 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부진했던 많은 기업이 파산으로 내몰리면서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회사는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문을 닫고 남은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쪽을 선택하거나 창업자가 폐업을 발표하고는 교훈을 되돌아보는 식의 사후 평가를 공개적으로 하는 일도 늘고 있다.

반면 남의 실패를 기회로 삼는 틈새 사업은 번창하기도 한다.

다른 스타트업의 사업 정리를 돕는 심플클로저(SimpleClosure)는 지난 9월 문을 연 이후 수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라고 창업자인 도리 요나가 말했다.

창업자 요나는 NYT에 너무 많은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 것을 보는 것은 슬펐지만 이 또한 실리콘 밸리 생활의 일부라면서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이미 다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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