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 기침 '콜록콜록'…광주도 '백일해' 환자 속출

백일해가 경상남도와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이어 광주광역시에서 집단 발병하면서 감염병 대응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백신 접종률이 95%가 넘는데도 지속해서 발병한다는 것은 백일해 엔데믹(풍토병화)의 '근거'로써 이에 맞춰 검사 대상과 백신 접종 스케줄 등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신고된 백일해 환자는 모두 20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방역 조치가 완화하자 독감(인플루엔자)이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급속히 늘었다. 올해 백일해 환자는 지난 8월까지 10명 미만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10명→29명(10월)→122명(11월)→15명(12월 현재)으로 매달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늦은 여름에서 가을철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올해만큼은 예외적으로 겨울까지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백일해는 세균에 의한 감염병으로 환자가 기침·재채기할 때 튀어나오는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백일간 기침한다"는 이름처럼 지속적이고 발작적인 기침이 특징이다.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환자 발생 시 24시간 내 신고·격리가 원칙일 정도로 감염이 잘되는 특징이 있다. 올해 발생한 국내 백일해 환자의 절반 이상(117명)은 10세 미만이다. 10대가 51명, 70대 이상이 19명으로 뒤를 잇는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아이들이 백일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청색증·폐렴으로 진행해 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백일해는 '디탭'(DTaP,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 백신)이라는 백신이 존재한다. 1980년대 들어 부작용을 개선한 부분 세포 백신이 도입된 후 우리나라도 접종률이 95%를 상회하며 백일해도 급격히 사라졌다. 그러나 2001~2010년 연간 30명 미만(2009년 제외)이던 백일해 환자는 2011년 이후 껑충 뛰었다. 2012년 230명에서 2013년 36명, 2014년 88명으로 줄었다가 2015년 205명, 2016년 129명, 2017년 318명, 2018년은 980명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환자가 많은 것이지, 사실상 평년 수준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백신 접종률이 95%가 넘는데 백일해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의료계는 숨은 '성인 백일해' 환자를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백일해는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한다. 자신이 백일해인 줄 모르는 성인이 불완전 접종 상태의 아이를 감염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 위원장은 "의사들은 백일해가 주로 어린아이에게 감염률·사망률이 높다고 배웠지, 성인의 경우 증상에 대한 교육도, 진료 경험도 부족하다"면서 "기침을 많이 하는 환자를 봐도 백일해의 가능성을 쉽게 고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백일해 환자가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는 '널뛰기 현상'은 진단 검사량과 관련이 있다. 올해 백일해 환자는 경남이 108명으로 환자가 가장 많고 경기 28명, 광주 17명, 서울 15명 순이다. 특히 광주는 최근 2년간 환자가 한 명도 없다가 11월 이후에 13명의 백일해 환자가 새로 진단됐다. 마 위원장은 "경남은 과거에 창원시를 중심으로 백일해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의사들의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검사량이 늘었고 환자가 많이 발견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유독 환자가 쏠린 이유는 검사량에 비례하는 것일 뿐, 여러 지역에서 10명 이상 환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전국적으로 백일해가 이미 퍼졌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백일해의 토착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반복적인 백일해 유행에 따른 영아 사망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백신 접종 일정을 수정해 임산부는 임신 때마다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성인도 감염 예방을 위해 Td(디프테리아·파상풍) 백신 접종을 Td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 접종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성인의 경우 10년마다 Td를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마 과장은 "백일해의 경우 의사 대상 교육과 적극적인 진단 검사를 통해 유행 규모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백신 접종 스케줄을 조정하고, 국내 백일해의 발병 양상과 특성을 확인하는 전향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백일해를 비롯해 독감(인플루엔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감염병으로 인한 국민 불안이 반복되는 데 대해 방역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최근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4년 주기 유행을 보여 올해도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런데도 아직 중국에서 퍼진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질병청은 지난 4일 대한아동병원협회가 ""마이코플라스마 손 놓으면 소아 진료 대란이 온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후 이틀이 지나서야 전문가와 관계부처 합동 점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뒷북 조치'로 빈축을 샀다.
지역 내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지자체 역량 강화도 요구된다. 의사 출신의 한 지자체 보건소장은 "최전선에서 감염병 확산을 억제해야 할 공무원들은 정기적인 부서 전환 등을 이유로 전문성을 기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행 중인 감염병조차 최소한의 지식도 없거나 부족한데, 이대로라면 코로나19처럼 새로운 감염병이 나왔을 때 우왕좌왕할 게 뻔하다"고 토로했다.
마 위원장은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지자체 감염관리과나 질병관리청과 현장 의료진 등 전문가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이 꼭 필요한데, 백일해가 발생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은 역학조사 결과나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아예 없어 '따로국밥'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며 "전문가 위원회를 상설 운영하는 등 방역 정책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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