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자녀 교육 잘하라'고 어머니들에게 요구한 북한 김정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3. 12. 8. 1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북한에서 지난 3일과 4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어머니대회'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데,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그야말로 어머니들의 공적을 기리는 대회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은 "자녀들을 나라의 역군으로 훌륭히 키워 국력 강화와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흥 발전에 공헌한 어머니들과 모성영웅들, 부모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친자식처럼 돌봐준 어머니들, 중앙과 지방의 여맹일군들"이 대회에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지난 3일과 4일 평양에서 열렸다.


북한에서 여성을 위한 기념일로는 '3월 8일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이 있지만,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위한 기념일은 없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북한은 11월 16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국어머니대회'와 같은 행사를 매년 치러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대회가 제5차 대회라는 것에서 보듯, 북한 역사에서 '전국어머니대회'는 이번을 포함해 5번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집권기인 1961년 11월, 김정일 집권기인 1998년 9월과 2005년 11월, 김정은 집권기인 2012년 11월과 이번 대회입니다. 김정은 집권기만 따져보더라도 대회가 11년 만에 열리는 것이니, 북한이 '전국어머니대회'에 그리 큰 비중을 두어온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대회가 치러지는 이틀 내내 참석해 연설을 했습니다. 과거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최고지도자가 참석했던 것은 김일성이 참석했던 1961년 11월 제1차 대회 밖에 없었으니, 김정은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62년 만에 대회에 참석해 연설한 것입니다. 북한이 이번 대회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는 뜻일 텐데, 김정은은 "이번 대회가 당대회나 당중앙 전원회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이 11년 만에 '전국어머니대회' 개최한 이유는?

그렇다면,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요? 이틀 동안 이어진 김정은의 연설과 북한의 보도 내용을 보면 북한 의도를 짐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의 개막을 알리면서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 이후 지난 10여 년간 어머니들 속에서 발휘된 긍정적 모범들을 소개하고, 우리 어머니들이 사회와 가정 앞에 지닌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가기 위한 과업과 방도들을 토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범사례에 대한 소개는 으레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어머니들이 사회와 가정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주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어머니들은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가? 김정은은 대회 연설에서 여기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주력으로 되고 강대한 우리 국가를 떠받들어야 할 새 세대들을 잘 준비시키는 것은 제1차적인 혁명과업입니다. 인생에서 첫걸음이 중요한 것처럼 가정교양과 학교교양, 사회교양 중에서도 가정교양이 첫 자리를 차지하며 여기서도 어머니의 영향이 특별히 중요합니다.

- 김정은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연설 내용

가정교육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 어머니가 교육시켜야 할 방향을 김정은은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의 역군으로, 미래사회의 주인공들로 키워야 할 무거운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혁명가의 첫걸음도 어머니의 젖줄기에서 시작되며, 그의 참된 성장도 어머니의 손길 아래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어머니의 위치와 임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들만 교양자적 책임을 다하여도 청소년들은 물론 전 사회 성원들을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만드는데서 보다 빠르고 확실한 전진이 이룩될 것입니다.

- 김정은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연설 내용

어머니가 나서서 자녀들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일꾼으로 만들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군대와 건설현장으로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보내라는 요구로 이어집니다.
자식이 잘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어머니라면 자식들을 혁명투쟁과 사회주의 건설의 실천 속에서 의식적으로 단련시켜야 합니다. 조국보위 초소와 사회주의 건설장들은 한 가정의 뜨락에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인생의 체험을 주고 동지들과 집단을 사랑하는 마음과 난관을 이겨내는 의지와 능력을 키워주는 혁명대학입니다. 자기 당, 자기 제도의 귀중함을 투쟁과 생활 속에서 체득하면서 나라의 대들보로 끌끌하게 자라는 자식의 성장을 보는 것보다 어머니들에게 더 큰 낙은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들은 어린 자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하여 눈물을 머금으며 아픈 매를 들던 그 본연의 진정으로 자식이 귀할수록, 자식을 사랑할수록 어렵고 힘든 초소와 일터로 기꺼이 떠밀어 보내야 합니다.

- 김정은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연설 내용

사실, 이러한 요구는 북한의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국가의 시책에 부응하고 있다면 어머니들에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북한이 항상 선전해 오던 대로 군대와 각종 건설현장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당을 위해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면, 굳이 어머니들에게까지 이런 교육을 하라고 촉구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연설에는 북한의 신세대들이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데 대한 우려가 묻어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