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번영의 축인가 빈곤의 덫인가[북리뷰]
이언 골딘·톰 리데블린 지음│김영선 옮김│어크로스
세계인구의 절반이 도시 거주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2 차지
지식·서비스 노동으로 양극화
반목·분열 극심 도시몰락 위기
지식 경제에 맞게 재조직 필요
번영없는 비대 도시 탄생 안돼
도시는 약 5000년 전 처음 지구상에 나타났다. 그동안 도시는 인류 진보의 동력으로, 인류가 일하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꿨다.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아이디어를 촉발하고, 관용과 공감의 문화를 북돋워서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이바지했다.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에서 이언 골딘 옥스퍼드대 교수와 ‘이코노미스트’ 기자 톰 리데블린은 도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다시 상상하는 데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서 산다. 2050년엔 그 비율이 3분의 2로 높아질 것이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500곳 이상이고, 1000만 명 넘는 도시도 40곳이다. 도쿄 인구는 3700만 명, 주장강 인구는 6500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광역도시가 전 세계 경제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도시에서 태어나느냐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러나 도시는 인류를 괴롭히는 문제의 원천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유행병과 기후변화,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 불평등과 사회 분열이 도시로 인해 생겨났고, 그 탓에 인류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오늘날 도시는 사람들 다수에게 번영의 디딤판보다 빈곤의 덫처럼 느껴진다.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세계화와 급속한 기술 발전이 가져온 양극화 때문이다. 자동화와 세계화에 따른 일자리 소멸로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 제조업 대도시와 경쟁력 잃은 지방 소도시는 급격히 몰락하고, 지식 경제의 집적 효과를 활용하는 데 성공한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파리 등 몇몇 슈퍼스타 도시는 거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도시 간 격차도 커졌지만, 도시 내 양극화도 커졌다. 중산층 기반을 제공하던 제조업과 사무직 일자리는 증발하고, 역기 형태 일자리만 남았다. 소수는 경영 컨설턴트, 데이터 과학자 등 고숙련 지식 노동에 종사해 부를 누리지만, 다수는 카페 종업원, 창고 노동자 같은 저숙련 서비스 노동을 하면서 치솟는 생활비와 오르지 않는 임금에 고통받는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정치가 불평과 분노에 잡아먹히고, 사회의 분열이 극심해지는 중이다. 역사는 끼리끼리 어울리는 동종 선호를 방치하고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 도시들이 사라졌음을 숱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몰락하는 도시를 구하려면 도시를 주거, 상업, 직장 등 여러 용도에 따라 나누어 발전시키는 전통 도시 계획에서 벗어나 지식 경제에 어울리는 형태로 다시 조직해야 한다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도시 간 격차를 해소하려면, 지역과 수도의 연결보다 지역 도시들을 서로 연결해 수도 바깥의 집적 이익을 촉진해야 한다. 고속철도로 파리와 연결에 집중한 프랑스는 균형 발전에 실패했다. 철도가 가져올 경제 이익의 대부분을 대도시가 얻기 때문이다.
둘째,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도시에 지식 경제 중심이 될 앵커 기관을 유치해야 한다. 몰락하던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 이전을 계기로 세계적 기술 허브로 변신했고, 이는 아마존 같은 기업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대학도 중요하다. 보스턴은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존재함으로써 금융, 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할 수 있었다.
셋째, 살기 좋은 문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에 집중해 투자하고, 도심에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우선해야 한다. 후쿠오카는 우수한 안전, 의료, 보육 환경에 더해 저렴한 집값으로 고숙련 노동자가 살기에 매력적인 곳이 되었고, 런던 쇼어디치는 주거, 여가, 기술 클러스터가 공존하도록 개발해 인기를 얻었다.
넷째, 진화된 의사 결정에 따른 민관 협력과 공공 재정의 운용이다. 라이프치히는 대중교통과 교육 등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주변 도시보다 세율을 과감히 낮춰 BMW 같은 기업의 사업장을 유치하고 중앙정부 자금을 받아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아울러 번영 없이 비대해진 도시나 무질서하게 팽창하는 도시가 탄생하지 않도록 세계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들은 새로운 전염병을 퍼뜨리고 기후 위기를 가중함으로써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서 발달한 지역의 부가 가난한 지역을 돕는 데 쓰여야 한다. 저자들은 인류가 도시를 새롭게 설계하고 혁신함으로써 그 창조성과 잠재력을 이용하여 더 나은 삶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20쪽, 1만88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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