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신화가 된 정복자, 그 뒤엔 아버지가 있었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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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는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말을 달렸다.
고작 13년 만에 세계를 지배하던 페르시아를 무너뜨리고, 이집트에선 '살아 있는 신' 파라오가 되더니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다.
그렇지만 대제국 마케도니아의 영광은 오롯이 알렉산드로스만의 것은 아니다.
그간 알렉산드로스를 다룬 영화나 일대기에서 줄곧 힘없는 늙은이로 등장하거나 걸림돌 정도로만 기억되는 필리포스가 없었다면 알렉산드로스의 정복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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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골즈워디 지음│전경훈 옮김│책과함께
알렉산드로스는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말을 달렸다. 고작 13년 만에 세계를 지배하던 페르시아를 무너뜨리고, 이집트에선 ‘살아 있는 신’ 파라오가 되더니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다. 로마를 세상의 중심에 세운 카이사르조차 “젊은 나이에 제국의 왕이 된 그에 비할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탄하며 별안간 눈물을 터뜨렸을 정도로 알렉산드로스는 2300년간 유럽인들의 사랑과 존경, 질투를 한 몸에 받았다. 금발에 잘생긴 외모, 대담하고 확신에 찬 성격, 정복에 대한 끝없는 갈망까지…. 매 순간이 찬란했던 불세출의 정복자는 지금도 한 편의 신화로 노래 된다.
그렇지만 대제국 마케도니아의 영광은 오롯이 알렉산드로스만의 것은 아니다. 청년 영웅의 서사에서 벗어나 역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알렉산드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루엣이 하나 보인다.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리포스다. 그간 알렉산드로스를 다룬 영화나 일대기에서 줄곧 힘없는 늙은이로 등장하거나 걸림돌 정도로만 기억되는 필리포스가 없었다면 알렉산드로스의 정복도 없었다.
“여러모로 ‘구식 역사서’”라고 소개하지만 책엔 그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관점이 담겼다. 영국의 고대·전쟁사 연구자이자 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두꺼운 책의 절반가량을 필리포스를 조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간의 연구나 저술에서 간과되기 일쑤였던 필리포스의 성취를 되살려낼 때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고, 고대사의 올바른 맥락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케도니아 제국의 시작은 알렉산드로스가 아닌 필리포스가 즉위한 순간부터란 저자의 주장은 타당하다.
필리포스가 왕이 되던 때, 마케도니아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궁벽한 소국이었다. 23세의 젊은 왕은 신무기를 고안했고, 군제개혁에 나섰다. 장차 무패의 신화를 쓰게 될 알렉산드로스가 이끈 세계를 제패할 군대다. 뛰어난 외교력과 통치력까지 보여주며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장악했다. “마케도니아는 좁으니 더 큰 영역을 찾으라”고 격려하고, 아리스토텔레스 밑에서 가르침을 받게 하며 알렉산드로스의 그릇을 키우기도 했다. 자신의 운을 시험하기에 가장 완벽한 시점과 나이에 이 모든 것을 물려받은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원정에 몰두하고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스의 삶을 생생하게 펼쳐내는 점도 재밌다. “좋든 나쁘든 그들의 이야기는 전해질 가치가 충분하다”며 두 정복자의 40년을 조명하는 책은 역사의 실체적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한다. 847쪽, 4만8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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