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17년만에 부과 앞둔 재건축 부담금…엇갈리는 희비
"집값 떨어졌는데 부담금 내야"…강남은 '부담금 10억원' 단지 나올 수도
조합 "부동산원 집값 통계 문제 커"…감면 못받게 된 2주택자 등도 반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재건축 개발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매기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가 2006년 도입 후 17년 만에 제도 손질을 거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은 부담금의 부과 기준을 완화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을 감경해주는 것이 골자다.
이번 조치로 전국의 조합원당 부담금이 8천만원 미만인 단지는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됐지만,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곳들은 여전히 고액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 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개발이익 산정 시 적용하는 집값 상승률 통계에 대한 불신, 장기보유 감면을 못받는 2주택자 등의 반발, 미실현이익에 대한 '복불복' 과세 논란 등은 여전해 재건축 부담금의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방 부담금 면제 단지 늘어…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부과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은 초과이익 면제금액을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을 최초 2천만원 단위에서 7천만원 단위로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면이 과하다는 야당의 반대로 1년 이상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지난달 말 초과이익 면제 금액과 부과 구간을 각각 8천만원과 5천만원으로 절충하는 선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대신 재건축 대상 주택 1채만 보유한 장기보유자에 대한 감면 혜택은 당초 6∼10년 이상 보유 시 10∼50% 감경 안에서 최장 20년 초장기 보유자에 대해 최대 70%까지 부담금을 낮춰주는 것으로 감면 폭을 확대했다.
1주택 기간은 연속이 아닌 재건축 기간 내 1주택이던 기간을 합산하며, 거주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부담금 산정일의 개시 시점은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에서 조합 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춰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현재까지 전국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111개 단지 가운데 40%가량인 44곳은 부담금이 면제되고, 평균 부과액도 현재 8천800만원에서 4천800만원으로 4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은 면제 대상이 40개 단지 중 7곳에 그치지만, 지방은 44개 단지 중 절반이 넘는 25곳에서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은 부담금 부과 대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선 최대 70%까지 감면되는 만큼 체감 인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완화되면서 사업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개정 법은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된다. 그 사이 시행령 및 부칙 개정과 지자체의 부담금 산정 절차를 거쳐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실부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이익 큰 단지, 부담금 감소폭 미미…1주택 기간 따라 수억원 차이
그러나 이번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부담금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일단 초과이익이 큰 단지는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감소 폭이 미미하다.
연합뉴스가 하나감정평가법인 오학우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재건축 부담금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의 경우 부담금 예정액 통지액이 약 4억원인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부담금이 3억8천만원으로 5%(2천만원)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포3주구만 20년 이상 보유한 조합원은 초과이익 부담금이 1억1천400만원으로 줄지만, 1주택 합산 기간이 6년 미만이거나 2주택자인 경우는 감면 혜택이 전혀 없어 3억8천만원을 모두 내야 한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은 추진위 승인일에서 조합 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췄지만, 현행법상 부과 종료시점(준공 예정일)에서부터 역산해 최장 10년이 되는 날이 부과 개시 시점이 되기 때문에 이번 부과 시점 조정에 따른 개발이익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포3주구는 추진위 설립일이 2003년 9월, 조합 설립인가일은 2014년 12월인데, 현재 입주 예정일이 2026년(월미정)이어서 법 개정과 무관하게 부담금 개시 시점은 준공일 기준 10년 전인 2016년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시 시점인 2016년 이후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고, 2026년까지 상승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반포3주구의 실제 부담금 부과액은 8억∼1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1주택 요건을 못채운 조합원은 최소 8억원, 장기 1주택 보유자도 3억∼4억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해 부담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합원 평균 부담금 예정액 통보액이 4억7천만원 선인 성수동 장미연립은 개정안을 단순 적용하면 부담금이 4억5천만원 선으로 4.3%(2천만원) 줄어드는 데 그친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부담금 예정액 통보액이 7억7천700만원으로, 개선안을 적용해도 여전히 조합원 부담은 7억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앞으로 실제 부담금은 초고층 등 설계변경 여부나 준공 시점의 집값(공시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반포3주구를 비롯해 잠실 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 등 서울 요지에선 10억원대 부담금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오학우 평가사는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고 있는데 재초환 부담금까지 더하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클 것"이라며 "이번 제도개선으로 재초환 부담금이 면제된 곳은 다행이지만, 수억원대 부담금이 예상되는 곳은 여전히 재초환이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마다 천차만별 부담금…"이중과세" 반발도
당장 바뀐 개정안이 적용돼 부담금 확정액 통보가 임박한 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서울 은평구 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 아파트는 이번 법 개정으로 부담금이 면제될 전망이다.
반면 2021년 7월에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옛 반포현대)은 개정안 적용 시 부담금이 당초 3억4천만원(추정액)에서 2억6천만∼2억7천만원 선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게 조합 측 판단이다.
조합 측은 전체 108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1대 1 재건축 단지에서 이미 조합원들이 3억원의 사업비 분담금을 냈는데, 비슷한 금액의 재건축 부담금까지 내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은 특히 입주 당시 최고 30억원에 달하던 시세가 현재 20∼30%나 떨어졌는데 부담금은 입주 당시 고점의 시세로 부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면적 82㎡는 입주 후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총 5건이 22억3천만∼24억3천만원에 거래됐다.
조합 관계자는 "투기와 무관한 단지고 집값도 내렸는데 장기보유자 감면이 있다 해도 억대 부담금을 내야 한다"며 "재건축 부담금 내려고 집을 팔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건축 부담금이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시작하면 미실현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와 개시·입주 시점의 시세에 따라 단지마다 개발이익이 달라지는 '복불복' 과세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역시 재초환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재건축 단지의 조합장은 "재건축 개발이익은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로 떼어가고 있고, 주택 매도 시 시세차익은 양도소득세로 환수해가는데 미실현이익에 대해 높은 부담금까지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부담금을 내고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손실을 보상해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조합 "집값 통계 바꾸고, 주택수 무관 장기보유자 감면해줘야" 주장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기 보유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2006년 재초환법 제정 이래 1주택자 감면 조항이 없다가 갑자기 생긴 것인데, 당장 부과되는 단지부터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건축 조합에는 1주택 기간이 6년 미만이거나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부담금 감면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저가 주택이나 상속·혼인 등으로 재건축 사업 대상인 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가진 경우 재건축 사업 기간 거주를 위해 또 다른 주택을 보유한 경우 등은 1주택으로 인정하지만, 이 때 추가 취득한 주택을 2년 또는 3년 내 처분한 경우에만 감면 혜택을 줄 방침이다.
서울의 한 조합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통상 사업 기간이 길고 평수도 작아 가족이 많은 조합원은 다른 집에 살다가 치솟는 전셋값이 부담돼 주택을 매수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입주가 2년밖에 안남아 부담금 부과가 임박했는데 갑자기 바뀐 규정을 적용한다면 감면 기준을 충족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부담금에 대한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1주택 기간이 짧은 사람은 사업 추진을 늦추기 희망하거나 재건축을 반대해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전국 재건축 조합 모임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관계자는 "조합마다 차이는 있지만 2주택 이상자들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에 달하는 곳도 있다"며 "기존에 재건축을 추진해온 단지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조합들은 부담금 산정 시 적용하는 집값 통계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사업 기간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을 산출하는데 이때 집값 상승분은 국가승인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지수를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가 KB국민은행 등 민간 통계보다 상승률이 낮고, 최근 통계 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신뢰가 떨어진다는 게 조합들의 입장이다.
반포 현대 재건축 단지가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2016년부터 입주 시점인 2021년까지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KB 통계 기준 평균 49.81% 올랐으나 부동산원 통계로는 27.92% 상승에 그친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이 전국 51개 재건축 단지를 분석한 결과 24개 단지에서 부동산원 통계 적용으로 KB 시세 대비 더 내야 하는 부담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포현대 조합 측은 "정부가 부동산원의 통계를 적용해 부담금을 계산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건축 부담금 개선으로 단지별 사업 추진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부담금 현실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실제 부과가 이뤄지거나 예정액이 통보되면 부담금이 큰 단지에선 조합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며 "부담금 감면 대상과 비감면 대상 간 이해관계도 달라 적잖은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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