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주거 빈곤]③ 주거 환경 영향은?…아이들 건강 살펴보니
[KBS 부산] [앵커]
아동 주거 빈곤 문제를 짚어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부산의 아동 가구를 대상으로 한 첫 주거 실태조사에서 열악한 환경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됐습니다.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나빠질 수 있어 아동 주거권 보장이 시급해 보입니다.
보도에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 기슭에 맞닿은 낡은 빌라에 사는 다자녀 가구.
안방 장판을 걷어보니 곰팡이 자국이 선명합니다.
["(이게 뭡니까, 곰팡이 같은데?) 물 때문에, 비 많이 오면 집 뒤에서 물이 내려와서…. (비 많이 올 때는 어떻습니까?) 습기가 많아요. 습기."]
이 방에서 놀고 잠을 자는 아이들, 피부 질환과 감기로 병원을 자주 갑니다.
["큰아들하고 피부과 왔다 갔다 해요. 치료받아야 해요. (애들 피부가 안 좋은 게 그러면 이 집 환경 때문에 그런가요?) 예, 이거(곰팡이) 때문에…."]
주거 실태조사를 벌인 가구에 아이의 신체 건강 상태를 물었습니다.
주거 빈곤 가구의 9.5%가 '아이 건강이 안 좋다'고 답했습니다.
일반 아동 가구의 응답 비율보다 4배 넘게 많습니다.
최근 1년간 걸린 질병으로는 감기와 기관지염, 알레르기 비염, 피부질환 순이었습니다.
주거가 아동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습니다.
조사한 아동 주거 빈곤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최근 1년간 아이가 정서적 이상 증상을 보였다'고 답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집착한다는 응답이 24.5%로 가장 많았고, 주의력이 떨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결국, 아이의 낮은 학업 성취도로 이어집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당연히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동들의 발달은 굉장히 서로 연관돼 있거든요. 신체 발달과 정서 발달, 정서 발달과 학업 성취는 서로 맞물려 돌아갑니다."]
사회성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태조사에 응한 주거 빈곤 가구 아동의 58%는 최근 1년간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없다고 답했고, 이유로는 "놀 공간이 없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가 각각 38%와 27%에 달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정신적인 건강, 신체적인 건강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관계로부터 소외되고 하는 것들, 사회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취재진은 부모 동의를 받아 전문 기관에 주거 빈곤 가구 아동 2명의 심리 검사를 맡겼습니다.
한 아이가 A4 용지에 그린 집.
집 위치가 아래쪽에 치우쳐 있고, 종이 면적의 4분의 1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작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위축되고 불안한 심리일 때 그리는 집"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이런 집에 살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 너무 안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안 좋을 것 같아?) 그러니까 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것."]
이 아이의 우울감을 평가해 보니 '상당히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기 방이 없는 초등학생이 그린 또 다른 집.
마당이 딸린 2층 주택입니다.
집 주변으로 울타리가 처져있고, 위층엔 난간을 그렸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와 함께 외부 환경을 경계하는 심리도 있다"고 분석됐습니다.
[이지아/소아정신과 전문의 : "빈곤 그 자체보다는 아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인 것 같고요. 그래서 주거 환경에 대해 아이가 불편감을 느끼고 호소하는 경우라면 이를 개선시켜 주는 것이 아이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태조사 대상인 아동 주거 빈곤 가구 부모 중 최근 2주간 양육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67%.
일반 아동 가구보다 16% 포인트 정도 높아 주거 환경 탓에 아이를 키우는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황현규 기자 (tr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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