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탔다” 10분만에 후회하는 車…친구가 사면 짜증폭발? ‘대체불가’ SUV [카슐랭]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2. 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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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짐폭발에 복통유발 SUV
레인지로버, 여왕도 반했다
야성과 품격 갖춘 대체불가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그랬다”

피천득 시인의 수필집 ‘인연’에 나온 문구가 떠올랐다.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레인지로버 때문이다.

“차라리 보지 말 것을, 타지 말 것을 그랬다”

차가 나빠서가 아니다. ‘가질 수 없는 너’이기 때문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품격에 ‘영끌’ 구매욕을 억눌러야 한다. 이번 생에서는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는 한 살 수 없는 차가 기대 이상으로 진화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가질 수 없다면 드라마 유행어처럼 부셔버리고 싶어진다. 브랜드에는 금상첨화이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람에게는 설상가상이다. 사촌이 땅을 샀을 때처럼 복통유발이다.

조용하지만 거친 몸놀림, 용쓰지 않지만 거침없는 질주, 요동치지만 편안한 실내, 야성적이지만 넘치는 품격 등 ‘역설의 역설’이 주는 매력은 대체불가다.

1세대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말처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SUV가 주목받던 1970년에 등장했다. SUV에 가당치 않게 여겨졌던 품격을 끌어올리며 럭셔리 SUV 장르를 개척했다.

아울러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최초의 SUV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린다.

성능은 물론 품격과 품위를 갖춰야 간택받을 수 있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전차량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로는 최초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시대의 산업 디자인 작품’(Exemplary work of Industrial Design)‘으로 전시될 만큼 디자인 모범 사례로도 꼽힌다.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 제네시스 GV80 등 내로라하는 럭셔리 SUV도 레인지로버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흉내내려 하지만 흉내낼 수 없다”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강산도 변하는 10년 정도 돼야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진화한다. 10년 앞선 디자인과 품질을 갖췄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올뉴 레인지로버는 5세대 모델이다. 2012년 4세대 모델 이후 9년 만에 나왔다.

올뉴 레인지로버는 재규어랜드로버 전동화 전략에 따라 ‘MLA-Flex’ 아키텍처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이 아키텍처는 내연 기관부터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까지 모두 적용 가능한 유연성이 특징이다.

MLA-Flex에는 80%가 넘는 알루미늄을 포함한 특수 합금이 적용됐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견고한 차체 구조다.

MLA 플랫폼은 일련의 최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이 뛰어난 반응성 및 정교한 주행 성능과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견고한 기반이 된다. 무게와 강성을 최적화해 기존 모델 대비 최대 50% 향상된 33,000Nm/deg에 달하는 비틀림 강성을 갖췄다.

럭셔리 SUV에 걸맞게 최첨단 안전기술로도 무장했다. 긴급 제동 보조, 차선 유지 어시스트, 긴급 차선 유지 어시스트, 후방 충돌 방지 모니터링 등으로 전좌석의 안전을 보장한다.

지난해 더욱 까다로워진 유로 엔캡(NCAP) 안전 평가에서 최고등급 ‘별 5개’를 받은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디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디자인은 레인지로버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담백하게 품격있는 모던 럭셔리 디자인을 완성해 ‘럭셔리 SUV의 롤모델’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전면부는 기존 4세대와 비슷하다. 하지만 더 깔끔하고 우아하며 강렬해졌다. 1세대부터 적용된 클램쉘 보닛은 강인하고 견고한 이미지다.

그릴은 더 깊어졌다. 그릴과 교차하는 니은자(ㄴ) 형태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는 보석처럼 빛난다. 새턴 크롬 재질을 적용한 범퍼는 수평으로 길게 이어져 모던하면서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프런트 안개등, 전방 레이더 및 주차센서는 범퍼에 숨겨졌다. 실루엣이 매끈하다.

측면부는 요트를 닮았다. 차가 떠있는 느낌을 주는 플루팅 루프, 강렬하게 솟아오른 사이드실로 바다를 항해하는 요트를 연상시킨다.

기존보다 10mm 낮아진 루프 라인은 공기저항 계수 0.30Cd를 구현했다. 공기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럭셔리 SUV다.

기존 모델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셔트라인(차량 두 패널 사이 간격)은 빈틈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트레이드마크인 시그니처 사이드 그래픽은 옆면 도어와 하나의 표면으로 이어졌다. 도어의 둥근 모서리와 글래스는 이음새 없이 연결됐다.

SUV 중 가장 큰 23인치 알로이 휠을 채택,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외모를 완성시켰다.

후면부는 가장 많이 변했다. 글라스 블랙 패널로 제작한 수직형 테일 라이트는 리어 램프가 켜지면 존재감을 나타낸다.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실내는 디지털 시대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가상 디지털 계기판은 기존 12.3인치에서 13.7인치로 커졌다.

역시 역대 최대 크기인 13.1인치 커브드 플로팅 터치스크린에는 햅틱 피드백을 최초로 적용했다. 운전자는 화면을 응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랜드로버는 한국 시장을 위해 티맵 모빌리티와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내 최다 사용자를 보유한 티맵(T맵) 내비게이션을 공동 개발했다.

LG전자와 개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피비 프로(PIVI Pro)에 기본 탑재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무선 연결 기능도 갖췄다. 수입차 고질병인 내비게이션 불편을 없앴다.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실내공간은 넉넉해서 쇼퍼드리븐카(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차)나 럭셔리 패밀리카가 된다. 뒷좌석 탑승자는 앞좌석 등받이 뒤쪽에 장착된 11.4인치 HD 터치스크린을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중앙 등받이가 전동식으로 전개돼 센터콘솔이 된다. 이곳에는 8인치 뒷좌석 터치스크린 컨트롤로가 장착됐다.

35개 스피커로 구성된 메리디안 시그니처 사운드 시스템은 ‘바퀴달린 콘서트홀’로 만들어준다. 세계 최초로 헤드레스트 내장형 소음제어 스피커도 채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두된 웰빙 트렌드에 맞춰 알레르기 유발 물질, 병원균, 바이러스, 악취를 제거해주는 실내 공기정화 프로 시스템도 탑재했다.

“내가 가는 곳이 바로 길이다”
레인지로버 패밀리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올뉴 레인지로버의 랜드로버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는 레인지로버가 가는 곳을 길로 만들어준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 등 차량의 모든 시스템을 활용해 지형 맞춤 성능을 발휘한다.

이 시스템만 있다면 운전 초보도 베테랑이 된다. 컴포트, 다이내믹, 에코, 풀발/자갈/눈길, 진흙, 모래, 암석, 도강 등 주행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적합한 설정을 최적화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럭셔리 세단 뺨치는 정숙성을 발휘한다. 타이어와 엔진을 모니터링한 뒤 실내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에 대한 제거 신호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소음제거 헤드폰을 착용한 기분을 선사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지만 힘 있게 움직인다. 과속방지턱도 부드러우면서도 매끄럽게 통과한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한번 달려보겠다”고 까불지 않는다. 서둘거나 괴성을 지르는 등 요란 떨지 않는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게 질주한다. 급격한 코너링 때도 크고 높은 차체가 쏠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오프로더 제왕’ 랜드로버 출신답게 오프로드 실력은 발군이다. 바퀴가 빠질 정도로 깊게 패인 웅덩이들이 많은 곳에서도 바퀴는 위아래로 정신없이 움직이지만 차체 안에서 느끼는 요동은 적다.

미끄러운 진흙길이나 모랫길에서도 헛돌지 않는다. 차체가 요동칠 때마다 시트는 몸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시트가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물속에 있는 발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물 밖에 나와 있는 몸은 우아하게 노니는 백조가 얼핏 연상됐다.

회전반경은 11m로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짧다. 5m가 넘는 차가 회전하기 어려운 좁은 산길에서도 앞뒤 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회전반경을 줄여준다.

도강은 예술이다. 평균 체형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차오른 물길에서 ’반잠수 요트‘처럼 항해했다. 엔진에 공기를 넣는 흡입구가 위에 있기 때문에 도강 능력이 우수하다.

깊이 900mm 물길에서도 물 먹지 않는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나 불어난 물에 차를 포기할 순간에도 레인지로버는 벗어날 수 있다. 침수 걱정을 덜어준다.

상·하단이 별도로 열리는 테일게이트 이벤트 스위트도 매력적이다. 하단 테일게이트에 있는 적재 공간 플로어 등받이를 세우면 성인 두 명이 앉을 수 있다.

트렁크 부위로 집중되는 음악과 함께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을 품격 있게 즐길 수 있다.

올뉴 레인지로버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멋짐폭발’ 레인지로버는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라고 외친다. 자존심 강하고 고상한 영국인을 닮았다.

편안한 럭셔리 세단과 거칠고 야성적이지만 품격높은 오프로더라는 정반대 성향을 모두 갖췄다. 대체불가·비교불가다.

대신,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게, 타보지 않는 게 낫다. 속만 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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