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방차 공간 불법주차 ‘빼곡’… 火나면 속수무책 [현장, 그곳&]
주차 공간 협소해 구역 침범 ‘일쑤’
전문가 “시민 안전의식 제고 필요”
도소방본부 “자율 개선 유도할 것”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들을 볼 때마다 밤에 불이라도 날까 걱정입니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저녁 시간이 되자 퇴근한 입주민들의 차량이 하나둘 들어오며 주차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곧 아파트 단지 내에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어졌고, 귀가가 늦은 주민들은 익숙한 듯 소방차 전용구역 옆으로 나란히 주차했다. 노란 선으로 표시된 구역은 불법 주차된 차들로 3분의 1이 가려져, 소방차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폭이 좁아졌다.
7일 오전 8시께 의왕시 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량 2대가 소방차 전용구역을 침범한 상태로 이중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 유영민씨(44)는 “25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다 보니 주차 공간이 협소해 밤마다 주차 전쟁”이라며 “신고제 적용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소방차 전용 구역에 주차해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구역이 상습적인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동주택 내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적용대상이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공동주택 내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차 전용구역을 대상으로 불법 주·정차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및 3층 이상 기숙사이며, 소방차 전용구역에 5분 이상 불법 주차를 할 경우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소방법이 개정된 2018년 8월10일 이전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또는 건축허가 신청을 한 경우 신고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기준 도내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공동주택 등은 179곳에 불과하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가 돼 있으면 화재나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 타임을 놓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해당 법을 소급 적용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지속해서 관리할 예정”이라며 “소방관서 별로 주민자치위원회와 간담회 등을 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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