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이상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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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내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하 '이상북')'이라는 서점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열에 두어 번꼴로 이런 질문을 들었다.
헌책방에서도 그런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헌책방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상북은 작은 헌책방이지만, 작으니까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여러 일로 가득한 묘한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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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내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하 ‘이상북’)’이라는 서점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열에 두어 번꼴로 이런 질문을 들었다. “‘이상한 나라’라고요? 사회에 불만 있어요?”
그리고 이제 2023년이다. ‘원더키디’가 우주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풍경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지만 요 몇 년 사이 세상은 정말로 ‘원더(wonder)’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여러 사건을 겪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우리 헌책방이 16년이나 됐다니 실감이 안 난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방을 딱 3년만 해볼 생각이었다. 서른 즈음이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배웠고 졸업 후 아이티(IT) 회사에 다녔으니 딱 3년만 해보고 재미없으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3년이 16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책방 이름은 당연하게도 사회 불만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어릴 때 재미있게 읽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빌려 온 것이다. 이상한 일들로 가득찬 지하세계에서 앨리스는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는 듯 당차게 세상과 마주한다. 그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헌책방에서도 그런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지금이야 전국의 수백 개에 이르는 작은 서점들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행사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상북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소규모 책방에서 문화행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러 매체가 이 작은 헌책방에 관심을 가졌고 2009년엔 ‘제3세대 헌책방 탐험’이라는 제목으로 한겨레신문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를 장식했다. 공중파 티브이(TV) 평일 저녁 뉴스에서 독서 모임을 취재했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할까. 달마다 두번씩 밤샘 영업을 한 것이 2011년의 일인데, 이때 사용한 행사명 ‘심야책방’은 이상북이 처음으로 쓴 것이다. 그 외에도 청소년 문화제, 바자회, 판소리 공연 등 별별 재밌는 일이 작은 헌책방에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헌책방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를 없애고 모든 일을 내킬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리는 식으로 바꾸었다는 거다. 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꾼이 지치고 재미도 없어지는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을 때 하고 쉬어야 할 때 쉬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헌책방은 물론 책을 사고파는 게 일의 중심이다 보니 여기저기 책 찾아다니는 일도 중요한 일과다. 몇 해 전 책을 찾는 손님들의 사연을 모아 책으로 엮었는데 감사하게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 ‘헌책방 기담 수집가: 두 번째 상자’라는 제목으로 속편을 펴냈다.
이상북은 작은 헌책방이지만, 작으니까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여러 일로 가득한 묘한 가게다. 앞으로 이런 작고 이상한 곳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저마다 제법 이상한 일을 하고 있어도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거다. 그런 풍경이 내가 매일 오래된 책에 둘러싸여 일하며 상상하는 평화로운 세상의 모습이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책방지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 18, 2층
http://instagram.com/2sang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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