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귀로(歸路)

한겨레 2023. 12. 8. 0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마을]국화는 샛노란 과거를 잊어도

백 년 전에도 십 년 뒤에도

지난날은 다시 살아와 광화문 네거리에

목도장에 이름 새겨 오래 살자던

내일은 거짓되어 사라지고

옛사람은 웃는구나 하늘 보며 웃는구나

한 올 풀린 금사(金絲)처럼 연인들은 빛나는데

이렇게 잊어도 되나요 궐 밖에서

코피처럼 후드득 떨어지던 목숨을

어떤 날은 하고많은 서정도 미안해

손바닥에 손톱자국을 내며 돌아갑니다

신미나의 시,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문학동네시인선 200 기념 티저 시집) 중에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