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는 경찰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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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8월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기꾼의 꾐에 넘어가 사행성 게임에 참여하고 한달 후 3억원 넘게 갈취당한 한 여성은 대응 방식을 자문하러 충북 청주의 한 경찰서에 연락했는데, 그 과정에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
하지만 여러 경찰관의 무신경한 태도에 더 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부리나케 회사 인근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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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1898년 1월 프랑스의 한 일간지에 대문호 에밀 졸라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유대인 출신 육군 대위 드레퓌스를 구하겠다며 쓴 글의 제목이다.
최근 금융사기를 주제로 취재하면서, 그리고 개인 문제로 고발장을 제출하러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면서 ‘경찰의 묵은 관행을 고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8월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기꾼의 꾐에 넘어가 사행성 게임에 참여하고 한달 후 3억원 넘게 갈취당한 한 여성은 대응 방식을 자문하러 충북 청주의 한 경찰서에 연락했는데, 그 과정에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이 연락처는 어떻게 알고 전화한 겁니까?”
“그런 놈들은 거의 다 외국에 있어서 잡기도 어렵고, 잡는다 해도 엄청나게 오래 걸려요. 그래도 신고하실 거예요?”
피해자는 마음이 급했다. 아직 SNS로 사기범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여러 경찰관의 무신경한 태도에 더 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았다. 결국 그는 신고하길 포기했다.
기자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본인의 이름과 기자 직함까지 사칭해 경기지역 여러곳을 돌며 농협에서 상을 받은 농민의 개인정보를 빼가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부리나케 회사 인근 경찰서로 향했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신속하게 대처해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런 기대는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공무원이시라면 ‘공무원 사칭’의 죄를 물을 수 있을 텐데…. 기자님 사례에 맞는 법을 적용하기가 어렵겠어요.”
“제보를 여러번 받았고, 실제 사칭한 자가 개인정보를 탈취하면 숱한 농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경찰관은 마지못해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했다.
최근 3년간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217만명, 피해액은 46조원으로 추산 가능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균적으로 매일 2000여명이 사기꾼의 술수에 빠져 모두 420억원가량 잃는 셈이다.
그야말로 사기꾼은 날아다니고, 경찰 수사는 기어가는 형국이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숨어 있다 교통신호를 위반한 사람을 단속하듯, 기습적으로 음주 운전자 적발에 나서듯, 기민하게 사기범을 잡아달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은 단돈 수십만원이라도 잃는다면 곧바로 생활고를 겪는다. 사기범은 돈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영혼까지 갉아먹는 자들이다. 태업을 일삼는 경찰관은 공범이나 다름없다.
이문수 전국사회부 차장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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