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하지 않네요"…곳곳에서 신통기획 '잡음'
대치선경1·2차 신통기획 신청한 지 2주 만에 철회 신청
"섣부른 신통기획 참여는 긁어부스럼 만들 수 있어"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사업이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신청을 돌연 철회하거나,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지나친 간섭과 과도한 요구를 주문한다는 불만에 철회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도시, 건축,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부문별 계획을 종합해 서울시-자지구-주민이 원팀이 돼 '통합된 계획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의미를 담아낸 정책브랜드다. 공식 명칭은 '서울형 정비지원계획'이다. 기존 공공이 주관하는 방식에서 주민이 주관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만큼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제도라는 점을 반영했다.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은 대상지 여건에 따라 '기획사업방식'과 '자문사업방식'으로 구분해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기획사업은 신속통합과에서, 자문사업(패스트트랙)은 재개발의 경우 주거정비과가 재건축은 공종주택지원과에서 관할한다.
올해 도입된 자문사업은 기획사업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 동의하면 신청할 수 있고 주민 10%가 반대 시 구청과 시에서 철회 심사가 가능하다. 기획사업은 10%가 철회 의견을 제시해도 성립이 어렵다.
이처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속도전'을 내세운 신통기획을 신청했다가 돌연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이 늘고 있다.
자문사업에 참여 중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철회 동의서를 관할구청인 송파구청에 전달했다. 25%에 달하는 기부채납률과 신천초등학교 부지 문제, '기역(ㄱ)자' 관통도로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어서다. 철회에 참여한 주민은 410명이다. 서울시는 철회 요건이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같은 달 기획 사업을 추진 중인 압구정3구역 재건축 주민참여감시단도 시와 강남구청에 신통기획을 반대한다는 청원을 제출했다. 전체 조합원 중 620여 명(15%)이 뜻을 함께했는데, 이들 역시 기부채납률(17%)과 공공 보행교 등 시의 간섭이 과도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실제 압구정3구역 인근에는 '역세권 땅 뺏기고 공공주택 800채 지어주고도 분담금 8억이상', '3구역만 집이 작아진다. 이런 신통기획 왜 하냐', '2500억 넘게 든다는 한강보행교 누가 통 크게 서울시에 쐈나', '돈은 집주인이 내고, 설계 결정은 서울시가 왜 하나', '조합원들은 1대 1일 재건축 원한다. 조합장은 선거공약을 지켜라' 등의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강남구 대치동 일원 대치선경1·2차 아파트는 자문방식의 신통기획 신청한 지 2주 만에 신청을 철회했다. 주민 간의 협의가 충분치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조합원은 신통기획이 신청됐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대치선경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중 하나인 대치선경재건축준비위원회(대선재)가 주민 10% 의견을 모아 신속통합(신통)기획 철회안을 강남구청에 제출, 지난 7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철회 확정을 통보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신통기획 참여는 긁어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며 "시는 공공성을 챙겨야 하는데, 임대 물량과 기부채납 등 조합과 시의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번 신청하면 철회가 쉽지 않아 사업성이 좋은 곳일수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시의회 소속 최재란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도 신통기획 확정 사업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압구정3구역, 잠실5단지, 송파한양2차 등의 사례와 같이 들어갈 땐 자유지만, 나올 땐 아닌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출구 대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신통기획 흥행을 위한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뚜렷한 출구 대책이 없다"며 "통합심의를 통해 속도를 높이려 신통기획을 신청했던 재건축 단지 중에서 서울시의 과도한 개입, 높은 기부채납 비율, 임대주택 확대 등을 이유로 철회를 요청하거나 이미 철회를 한 곳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통기획을 통하면 다 될 것 같았는데 주민 반발로 철회를 요청하면 출구 대책은 자치구로 떠넘기고 있다"며 "적어도 재건축에서의 신통기획은 정비사업의 기본을 간과한 정책 설계에 결함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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