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쌍화차 vs 뱅쇼…안녕 겨울, 감기 오기 전에 우리끼리 차 한잔 할까?
쌍화차
귀한 한약재 듬뿍
진하게 원기충전
뱅쇼
은은한 와인향에
천연 비타민 가득

찬 바람 부는 요즘 같은 날이면 불청객 감기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몸이 으슬으슬 떨릴 땐 따뜻한 음료 한잔만 마셔도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여러 약재가 든 쌍화차를 마시는 것처럼, 프랑스에선 와인에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시나몬 등을 넣어 끓인 뱅쇼를 찾는다. 이번 호에선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쌍화차와 뱅쇼를 비교해봤다.
쌍화차
숙지황·백작약 등 20여 재료
며칠간 정성스레 달여 완성
대추 등 얹어서 다시 한소끔
씁쓸하면서도 은은한 단맛
“몸속 깊은 곳부터 뜨끈하네”

한약 같은 냄새와 짙은 갈색을 띠는 쌍화차는 20가지가 넘는 귀한 약재로 만든 탕약인 ‘쌍화탕’에서 유래했다. 쌍화탕은 중국 송나라 시기 의학서인 ‘태평혜민화제국방’에 처음 등장한다. ‘쌍화(雙和)’란 ‘서로 합치다’ 또는 ‘서로 짝이 되다’라는 뜻으로 음양을 조화시킨다는 의미다. 한의학에선 음양의 부조화로 몸이 쇠약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조화시킨 쌍화탕은 자양강장제로 많이 쓰였다. ‘동의보감’엔 ‘쌍화탕은 정신과 육체가 피곤하고, 중병을 앓은 뒤 몸에 힘이 빠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설명돼 있다.

궁궐에서나 먹던 쌍화탕은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민간인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해방 이후 쌍화탕은 다방에서 판매되면서 ‘탕’ 대신 ‘차’라는 이름을 얻는다. 1960년대초부턴 외국산 커피 대신 국산 차를 마시자는 운동이 일며 쌍화차가 다방 최고 인기 메뉴로 자리 잡게 된다. 식사 대용으로 단백질까지 섭취할 수 있게 달걀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를 팔기도 했다.
전북 정읍시 장명동엔 쌍화찻집이 여럿 늘어선 ‘전설의 쌍화차거리’가 있다. 1980년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쌍화찻집이 현재는 18곳으로 늘었다. 인근 정읍경찰서를 찾은 민원인들이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해지며 찻집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3년째 쌍화차거리를 지키는 찻집 ‘초모’에선 가마솥으로 쌍화차를 끓여낸다. 숙지황·백작약·천궁·당귀 등 23가지 약재를 깨끗이 씻은 뒤 가마솥에서 3일간 달인다. 특히 쌍화차에 꼭 들어가는 숙지황은 9번 찌고 말린 정읍산만 쓴다. 시간이 지나면 물에 약재 성분이 우러나며 차가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 손님에게 내기 직전 곱돌 찻잔에 차를 담고 얇게 썬 대추, 은행, 밤, 잣 등의 고명을 얹어 찻잔째 다시 한소끔 끓인다. 정영숙 초모 대표는 “캐러멜 색소나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고 약재로만 차를 끓인다”며 “약재가 가마솥에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젓는 게 힘들지만 손님의 건강을 생각하며 차를 만드니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초모의 쌍화차는 한잔에 9000원. 만원 가까운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구운 가래떡과 직접 만든 조청·누룽지, 오렌지 주스가 함께 제공되니 아깝지 않다. 쌍화차가 나오면 먼저 찻잔에 담긴 쌍화차를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풍성한 고명을 눈으로 구경한다. 그다음 고명과 차를 함께 떠먹으며 약재의 씁쓸한 맛과 은은한 단맛을 음미한다. 쓰게 느껴진다면 꿀을 적절히 넣으면 된다. 함께 나온 가래떡과 누룽지를 차와 번갈아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그만이다. 차가 어느 정도 식었을 땐 두 손으로 잔을 잡고 꿀꺽꿀꺽 들이켜본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말끔하게 비우면 온몸이 따듯해지며 어떤 감기도 두렵지 않은 느낌이 든다.
정읍=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사진=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뱅쇼
떫지 않은 고당도 레드 와인
배 등 과즙 많은 과일 껍질째
시나몬 등 향신료 넣고 팔팔
달곰하면서 끝맛은 쌉싸래
“알코올도 없는데 온몸 후끈”

한국에 쌍화차가 있다면 유럽에는 뱅쇼가 있다. 프랑스어로 뱅(vin)은 ‘와인’, 쇼(chaud)는 ‘따뜻한’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와인에 각종 향신료·과일을 넣고 팔팔 끓여 만든다. 한모금 마시자마자 몸에서 후끈하게 열이 오르며 피로가 풀리기 때문에 겨울철 건강 음료로 잘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축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음료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8년째 뱅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예술창고’ 카페를 찾아 뱅쇼 만드는 법을 배워봤다. 재료는 레드 와인 한병과 오렌지·자몽·레몬 등 과즙 많은 과일, 시나몬·정향·팔각정 같은 향신료다. 와인은 떫은맛 없이 당도가 높은 것이 알맞은데, 특히 충북 영동의 국산 와인이 제격이다.

원숙이 예술창고 대표는 “소백산맥 추풍령 자락에 위치한 영동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어 포도 단맛이 강하다”며 “설탕을 넣지 않아도 순수한 과일맛만으로도 충분히 달고 맛있어 건강에 좋은 뱅쇼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일은 상큼한 종류가 잘 어울린다. 껍질에 영양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으니 제거하지 않는 편이 좋고, 음료에서 깔끔하게 건져낼 수 있도록 큼직하게 4∼5등분해 넣는 걸 추천한다. 원 대표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게 아니라서 사과·배 등 평소 즐기던 걸 넣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넓은 냄비에 과일을 넣고 와인 한병을 모두 쏟아붓는다. 시나몬 스틱은 한두번 부러뜨려 넣어야 향이 잘 난다. 뚜껑을 닫지 않고 강한 불에서 바글바글 끓인 다음 넘치기 직전 약한 불로 바꿔준다. 알코올은 모두 날리고 단맛은 응축시키는 과정이다. 짧게는 20분, 진한 맛을 원한다면 한시간가량 뭉근하게 끓인 다음 바로 마시면 된다.
예쁜 유리잔에 뱅쇼를 따르고 시나몬 스틱 한개를 넣어 멋을 내준다. 입에 닿기도 전부터 강한 포도향이 코끝을 스친다. 한모금 마셔보니 달곰하면서도 끝 맛은 향신료 때문에 살짝 맵고 쌉싸래하다. 와인을 가득 머금은 과일 한조각을 숟가락으로 떠먹어본다. 과육을 씹을수록 은은한 와인향이 풍겨와 매력적이다.
원 대표는 “뱅쇼를 마신 직후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술 취한 것 아니냐고 놀라는 분들도 많다”며 “10분 이상 끓여서 알코올 성분은 이미 사라졌고, 향신료와 와인 특유의 성질 때문에 열이 오르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 동안 보관도 가능하다. 대신 과일이 계속 음료를 빨아들이니 따로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마다 데워 마시면 긴장과 피로가 풀린다. 과일 속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C가 감기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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