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 집단 동원은 최소화되길
윤석열 대통령이 엊그제 부산에서 간담회를 갖고 대선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등을 거듭 약속했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가 무산된 이후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경제부총리와 장관들, 여당 대표 및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한국경제인협회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도 참석했다. 이들 기업인은 윤 대통령의 부산 재래시장 방문에도 동행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떡볶이를 먹었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떡볶이 먹는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기업 하기 힘든 나라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인 8명이 이끄는 그룹의 총매출액은 1000조원에 달한다. 올해 정부 예산의 1.5배도 넘는다. 잠시라도 한눈팔면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기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것이 한국 실정이다.
지난 17개월간의 2030 세계엑스포 유치전에도 국내 대기업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동원됐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민심 회복용 간담회에까지 불려나갔다. 이 행사는 경제와 관련 있다기보다는 부산 민심을 달랜다는 정치적인 목적이었다. 이제는 대기업 총수들이 정치 행사에도 동원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빠짐없이 수행한다.
기업인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열심히 투자해서 좋은 제품 만들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고, 기업을 계속 성장시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며 착실하게 세금 납부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 역할은 기업이 본연의 일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들도 대통령의 경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지만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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