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파트 층간소음 못잡으면 준공 승인 못받는다
앞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는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자체의 준공(竣工)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는 층간소음 기준으로 충족 못해도 입주 후 건설사가 보강 공사를 하거나 입주민과 협의해 금전적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예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게 처벌 규정을 둬 입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주 지연에 따른 비용은 건설사가 모두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도 소유자가 층간소음 저감 공사를 하면, 나중에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에서 공사비를 빼주는 방안이 도입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법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층간소음 해소는 원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철도 지하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연장·신설과 함께 추진 중인 4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최근 이와 관련해 대통령 보고도 마쳤다.
정부가 이번에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은 층간소음이 건설 업계 이슈를 너머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 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급증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던 것은 바닥과 벽을 타고 전해지는 소음을 잡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바닥을 두껍게 하면 공사비가 급증해 분양가가 비싸지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임계점에 이른데다, 적은 비용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공법들도 개발되고 있어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토대가 마련됐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준비 중인 층간소음 대책의 핵심은 아파트 공급자인 건설사의 의무는 강화하고, 기존 아파트 소유주들도 자발적으로 보강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강 공사 공법과 사용해야 하는 자재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사항도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층간소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아파트가 준공 승인을 못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선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로 인해 공사비가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층간소음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면, 기존 공법에 비해 공사비가 3%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에 ‘준공 불허’ 칼 빼든 정부
층간소음을 없앨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바닥을 두껍게 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사비가 많이 들고, 집의 층고가 높아진다. 건물 높이가 같다고 볼 때, 기존 공법으로는 30층을 올릴 수 있지만, 바닥을 두껍게 하면 29층까지만 지을 수 있어 건설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준공 불허’라는 강력한 대책으로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로 했다. 준공이 불허되면, 입주 자체가 일단 중단된다. 이후 건설사들이 보강 공사를 하지 않는 한 입주는 어렵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건설되는 아파트에 대해 입주 임박 단계는 물론, 공사 중간에도 층간소음 기준을 지키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체 가구 중 2%를 표본으로 뽑아 층간소음을 검사하지만, 앞으로는 검사 표본도 5%로 늘린다. 검사는 타이어 등 무거운 물체를 바닥에 떨어뜨려 아랫집에 전해지는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충격 음이 49데시벨 이하여야 기준을 통과하는데, 49데시벨은 조용한 사무실 수준의 소음이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보강 시공을 통해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준공 승인이 보류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해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할 집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층간소음이 확실히 사라질 수 있도록 후속 입법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준공은 시·군·구청이 아파트 공사가 끝났음을 승인해주는 최종 행정 절차다. 보통 건설사는 사업비를 조달할 때 특정 시점까지 준공을 마치는 ‘책임 준공’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준공이 늦어지면 그로 인한 금융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또 준공 승인을 못 받으면 아파트 입주가 늦어질 수 있고 소유권 등기도 불가능해 매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김창범 변호사는 “층간소음과 준공 승인을 연결한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 저감 공사비 양도세에서 공제
정부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작년부터 층간소음 저감 매트 설치 비용을 1.8% 금리로 대출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돈을 들여야 하는 탓에 지금까지 지원 실적은 21건, 대출금은 518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에겐 매트 시공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바닥을 재시공하는 경우 정부는 가구당 최대 500만원까지 4% 금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받으려면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합이 설립돼 있지 않아도 가능하고, 혜택도 ‘금리 2%, 최대 1000만원’까지로 확대된다.
소음 저감 공사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향후 양도소득세 계산 시 시세 차익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예컨대 집을 처분할 때 3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는데 공사비로 2000만원을 지출했다면 2억8000만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매기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양도세는 12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애초 양도세 면제 대상인 집에 대한 혜택을 위해 정부는 추가적인 대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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