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OTT는 구독자 늘어도 비용 안 들어… ‘규모의 경제’ 때문이에요

이철욱 광양고 교사 입력 2023. 12. 8. 03:03 수정 2023. 12. 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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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늘수록 비용 줄어드는 현상… 실제 가게 운영 땐 추가비용 발생
공간-집기 등 구매 필요없는 OTT
구독자 늘수록 평균 비용 낮아져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수익 증가
게티이미지코리아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또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며 록인(Lock-in·묶어두는) 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게 확보한 사용자는 다른 콘텐츠 제작에 선순환시켜 떠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렇게 확보한 규모의 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자금 투자, 많은 구독자를 통한 자금 회수의 상승효과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동아일보 2023년 6월 30일자)

● 생산 늘리면 비용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미디어 시장에 일고 있는 큰 파도를 짐작하게 하는 신문 기사입니다. 이 기사 내용 중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입니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규모)을 늘릴 때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경제적인’ 즉, 비용을 아껴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많이 팔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얼핏 보면 아주 당연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내가 김밥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죠. 김밥을 10줄 말아서 판매하다가 한 줄 더 늘어난다고 해서 비용이 10%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김밥에 들어갈 재료의 종류는 정해져 있어서 재료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근 채 썰어 볶고, 우엉과 어묵 조리고, 게맛살과 단무지 자르고, 밥 짓고 등등. 재료만 약간씩 늘려주면 될 뿐이고 주방의 각종 조리도구도 있던 거 그냥 쓰면 되니 돈 들 일도 더는 없습니다. 김밥 개수가 얼마 되지 않을 때는 아주 선명하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큰돈 들여 김밥 가게를 열었는데 하루 김밥 10줄, 20줄 팔아서는 안 됩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적자인 겁니다. 많이 팔아야 합니다. 놀면 뭐합니까? 가게 오픈하면서 장만한 각종 조리도구, 인테리어, 가게 월세 등등 본전을 뽑으려면 많이 팔아야 합니다. 이제 김밥의 개수(생산량)를 계속 늘려 보는 상상을 해 볼까요? 하루에 100줄, 200줄, 300줄 . 점점 나 혼자 이 모든 재료 준비에, 김밥 말기에 서빙(고객 응대)까지 벅차게 됩니다. 알바생을 고용해야 합니다. 훨씬 수월합니다. 숨통이 트입니다.

입소문이 나고 김밥은 날개 돋친 듯 마는 족족 팔려 나갑니다. 알바생을 한 명 더 고용합니다. 나까지 직원이 총 3명이군요. 여전히 김밥은 잘 팔립니다. 이제 더 심한 상상 실험을 할 차례입니다.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알바생만 더 늘려 갑니다. 알바생 4명, 5명, 6명, 10명…. 알바생만 늘어날 뿐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라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나올 겁니다. “사장님 프라이팬이 너무 작아요 큰 거로 몇 개 더 사주세요”, “식칼과 도마도 더 있어야 해요”, “주방이 좁아 움직일 때 직원끼리 어깨가 부딪혀요” 등등 이 모든 걸 해결하려면 집기도 더 사고 넓은 주방이 있는 새로운 가게로 옮겨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 직원만 늘리게 되면 생산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인건비를 많이 쓴 보람이 없게 됩니다. 결국 지금의 가게, 주방, 집기 수준에 맞는 적정한 직원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 인원을 넘어서면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 예측 실패하면 규모 늘리다 망할 수도

경제학에는 몇 가지의 법칙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입니다. 생산량을 늘려 가다 보면 초기에는 ‘생산량 증가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한계 비용)이 잠깐 줄어들지만 점차 그 비용이 증가한다는 법칙입니다. 규모의 경제와는 정반대 현상인 겁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다 보면 학생들이 상식과 맞지 않다며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합니다. 타당한 이의 제기이고 똑똑한 질문입니다.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을 적용하려면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다른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한 가지 조건만 즉, 직원 수만 변화해야 합니다. 완전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10평 정도의 작은 가게에 직원 수가 30명이라면 혼자 김밥을 말아 팔던 때보다 김밥 생산 개수는 적을지도 모릅니다.

경제학에서는 장기와 단기로 시간의 길이를 구분하는데 이처럼 직원 수만 바꿀 수 있는 조건의 기간을 ‘단기’로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은 단기에 유효한 법칙인 겁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질문처럼 현실에서 김밥집은 장사만 잘된다면 얼마든지 조리 기구를 더 살 수도 있고 가게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직원 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변경할 수 있는 조건의 기간을 ‘장기’로 정의합니다.

이때 가게를 확장하고 집기류도 더 사고 2호점, 3호점, 4호점 등으로 넓혀 갈수록 평균 생산비용이 감소해야 이때 비로소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대전제는 여전히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손님들이 밀려와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이것을 잘못 예측하면 작은 규모로는 망하지 않을 가게가 무리한 확장 때문에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는 당연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예외에 가까운 현상인 겁니다.

● 판매량 급증해도 추가 비용 제로인 OTT

무한에 가까운 판매량을 소화하면서 평균 비용이 낮아지는 특이한 현상이 지식 정보 기반 사회에서는 아주 쉽게 달성될 수 있습니다. 극장 사업을 크게 확장하려면 극장을 더 지어야 하지만 OTT 사업은 극장을 더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판매(구독)를 하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깝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규모의 경제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겁니다.

“넷플릭스에 대적할 국내 최대 토종 OTT가 탄생할 예정이다. 5일 CJ ENM과 SK스퀘어는 각 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 사는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중복 가입자를 포함해 월 이용자 수가 최대 930만 명에 달하는 토종 OTT 최대 업체로 거듭난다. 업계에서는 1137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아일보 2023년 12월 6일자)

이제 두 회사가 합병해야 할 경제적 이유와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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