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1800년 전 최초의 ‘지진 탐지기’ 만든 장형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30일, 새벽에 울린 기상청의 재난경보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설쳤을 겁니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언제 어느 방향에서 지진이 발생했는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지동의는 당시 후한의 수도인 낙양(洛陽) 황실 천문 관측관에 놓여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기기가 정말로 지진 발생을 알려준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후풍지동의(候風地動儀·이하 지동의)라는 지진 탐지기를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 후한 때 사람 장형(張衡·78∼139·사진)입니다. 학문이 높아 상서시랑과 태사령 등 고위 관직에 올랐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특이하게 우주와 과학에 관심을 보인 걸 보면 장형은 시대를 앞서간 사람으로 보입니다. ‘우주에는 공간과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던 그는, 지하에 있는 바람이 압력을 받아 터지면서 생기는 게 지진이라고 믿었습니다. 기기 이름에 ‘후풍(候風)’이라는 두 글자를 붙인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동의는 얼핏 보면 구리로 된 술 항아리와 비슷합니다. 지름 1.9m의 둥근 몸체에 여덟 마리의 용이 붙어 있고, 아래를 향한 용의 입에는 작은 구리 구슬이 물려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입을 벌린 개구리들이 있고, 내부 중앙에는 움직이는 기둥을 중심으로 8개의 지렛대를 두었습니다. 지진파가 전해지면 중심의 기둥이 진원지 방향으로 기울면서 그 방향의 지렛대를 밀어냅니다. 그러면 그 지렛대와 연결된 용이 구슬을 뱉어내게 됩니다. 용의 입에서 나온 구슬은 개구리 입으로 떨어지면서 소리를 냅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언제 어느 방향에서 지진이 발생했는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지동의는 당시 후한의 수도인 낙양(洛陽) 황실 천문 관측관에 놓여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기기가 정말로 지진 발생을 알려준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138년 2월, 마침내 지동의의 서북 방향으로 엎드린 용의 입에서 구슬이 굴러 나와 개구리의 입에 떨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낙양 지역이 멀쩡한 걸 본 사람들은 모두 지동의를 비웃었습니다. 며칠 뒤 약 500km 떨어진 감숙성이 지진으로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제야 한나라 조정은 비로소 지동의의 움직임을 관찰해 지진 발생의 일자와 방향을 정확하게 기록하라고 사관(史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지동의는 겉모습에 대한 묘사만 남아 있고 실물은 전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이 내부 구조를 추정해 모형을 복원했습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지진 발생 여부와 방향만 알 수 있는 지진 감지기 정도입니다만 후대의 모든 지진계가 ‘지진이 일어나면 무거운 추가 주변 지면보다 덜 흔들린다’는 기본 원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를 가집니다. 하물며 오늘날에도 지진을 미리 알아내고 대비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인데 말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태경 “인요한, 현금 대신 어음 받고 합의한 셈”[중립기어 라이브]
- [이기홍 칼럼]이 나라 보수는 ‘김건희 리스크’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
- [사설]“30조 브리지론 절반 터질 수도”… ‘위기의 싹’ 빨리 도려내라
- [사설]역대급 ‘N수생’ ‘불수능’… 혼란 더 키운 ‘킬러문항’ 소동
- [사설]방통위원장, 왜 대통령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해야
- 中, 인산암모늄도 빗장…요소수 이어 ‘소화기’ 대란 오나
- “뭐라고?” 전화 통화할 땐 귀를 쫑긋해야만…
- [횡설수설/이진영]지역 가입자보다 많은 건보 피부양자, 그 중엔…
- ‘20년 집권론’ 이해찬 “과반이냐 180석 먹느냐가 관건” 또 총선 낙관론
- 민주, ‘개딸 권한 강화’ 당헌 일사처리 개정…비명 “나치 닮아가”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