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갑자기 왜 ‘삼바 수송기’인가

브라질은 삼바 축구로 유명하다. 하지만 브라질이 방산업체만 180여 개인 방산 중견국인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브라질은 70년대 석유파동 때 산유국과 무기를 주고 석유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브라질 무기 기술은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 못 미친다.
그런데 지난 4일 방위사업청은 대형 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들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 록히드마틴의 수송기 C-130J와 유럽 에어버스의 A400M을 꺾는 이변이었기 때문이다. 베테랑 기자들 사이에서도 “뭐야? 어떻게 된 거야?”라며 황당해했다. 의문이 제기됐다.
앞서 1차 수송기 사업에선 C-130J가 선정됐다. 올해 4월 수단 내전 지역에서 교민 철수에 맹활약한 기종이다. 1차 사업 기종에 문제가 없는데 2차에서 다른 기종이 뽑히는 건 이례적이다.
방사청 관계자들이 기자실을 찾았다. 왜 브라질산이냐는 기본적인 물음에도 “얘기해줄 게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어떤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냐는 물음이 이어졌지만, “제한된다”며 함구했다. “규정과 절차대로 진행됐으니 그저 믿으라는 것이냐”는 취재진 항의가 이어지자 그제야 이들은 국내 업체와 협력 컨소시엄 부분에서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엠브라에르의 절충교역 가치는 1억3500만달러, 록히드마틴은 1억2900만달러라는 추정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600만달러 차이는 어떻게 계산했나, 추정치대로 현실화된다는 보장은 있나, 1차 기종과 달라서 생기는 문제는 고려됐나 등의 질문이 뒤따랐다. 3대 도입에 7100억원이라는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에 뜻밖의 결과가 나왔으니 하나씩 따져보며 의문을 해소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려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방사청 관계자들은 “이렇게 따질 줄 알고 애초 말하지 않으려 했다” “말꼬리 잡으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사청은 오랜 기간 방산 비리의 온상이란 오명의 집단이었다. 요즘도 기밀 유출, 주가 조작 등 각종 혐의로 압수수색 당했다는 뉴스에 이따금 등장한다. 이번 브라질산 선정은 공정하게 이뤄졌을 것이라 믿고 싶다. 기술 협력, 절충 교역을 꺼리는 미 방산업체보다 성능은 비슷하지만 협조적인 제3국 업체가 국익에 더 부합할 수도 있고, 이번 엠브라에르와 협력으로 향후 K수송기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조차 “생소한 기종이 선정돼 당황스럽겠다”고 말할 정도의 비주류 기종에 거액의 세금이 들어간다.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그러면 왜 그랬는지 충실히 의문을 풀어주는 것이 국가기관의 책무고 그것이 공보의 임무다. 모처럼 국위 선양의 최전방에 선 K방산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더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주무 기관인 방사청은 투명해져야 한다. ‘삼바 수송기’는 어떻게 선정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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