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2] 덩샤오핑과 시진핑
배움의 터전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스승에게는 대개 ‘사(師)’라는 한자를 붙여 예우한다. 그러나 이 글자의 초기 꼴과 새김은 지금의 그것과 퍽 다르다. 우선은 전쟁터로 향해 싸움을 벌이는 군대, 병력 등의 의미로 처음 등장한다. 이어 그런 군대의 큰 단위 편제를 가리키다가 무리를 지은 사람들 집단 등의 뜻도 얻는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전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 단위를 사단(師團)이라고 적는 이유다. 나중에는 숱한 관직명으로도 쓰인다.
때로는 행정구역 단위로도 쓰였다. 인구나 면적 등이 제법 많고 큰 구역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로써 나온 단어가 경사(京師)다. 예전에는 흔히 ‘서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중국 낙양(洛陽) 또한 낙사(洛師)로도 적었다.
그래도 이 글자의 현대 쓰임에서는 ‘스승’의 새김이 들어간 존칭이 훨씬 많다. 남을 가르치는 교사(敎師), 성직자인 목사(牧師), 인술을 베푸는 의사(醫師), 한 분야에서 큰 존경을 받는 종사(宗師), 어떤 영역을 처음 개척한 조사(祖師) 등으로 말이다.
1970년대 말 예전의 폐쇄적 흐름을 일거에 뒤바꾼 덩샤오핑(鄧小平)에게 따른 호칭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總設計師)’였다. 이념에 파묻힌 계급투쟁의 틀을 벗어 던지고 중국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끈 데 대한 찬양이 담겨 있는 호칭이다.
통치 11년째로 영구 권력 토대를 만든 현재의 중국 최고 권력자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에게도 이런 별칭이 하나 따라붙었다. ‘총가속사(總加速師)’다. 어디론가 향하는 흐름에 큰 힘을 얹어 속도를 더욱 내는 지도자라는 뜻이다.
요즘의 중국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 만한 사람은 죄다 안다. 하강(下降)하고 추락(墜落)하며 퇴행(退行)하는 중이다. 결국에는 중국의 몰락(沒落)을 앞당기는 지도자라는 말일까. 그 별칭이 요즘 들어 퍽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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