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후츠파와 셈법
12월 마지막 월례회의.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한 해를 설계하는 시점에서 모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강의를 들었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의 ‘데이터 대항해 시대: 소프트파워를 키우자’가 그것이다. 그 강의에서 유독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단어가 바로 ‘후츠파(Chutzpah)’다. 강의가 끝나고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이렇게 설명돼 있다.
후츠파란 이스라엘에서 ‘담대함’이나 ‘저돌적’을 뜻하는 단어로 후츠파 정신은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때로는 뻔뻔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밝히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한다. 윤 전 차관은 후츠파를 ‘방아쇠를 당기는 힘’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후츠파의 7가지 의미를 더했다.
△형식의 파괴(Informality) △질문의 권리(Questioning authority) △상상력과 섞임(Mash-up) △실패로부터의 교훈(Learning from failure) △목표 지향(Purpose driven) △끈질김(Tenacity) △위험의 감수(Risk taking).
결국 후츠파는 삶을 대하는 확고한 자세로, 이것저것을 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는 것이며, 당당하고 용감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라고 설명했다.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고, 국토 면적으로는 소국(小國)이지만 전 세계의 금융과 정보기술(IT), 생명공학 등을 선도하는 이스라엘의 힘이 이 후츠파 정신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생각 하나. 전 세계에서 평균 아이큐가 가장 높고 학구열까지 갖춘 대한민국이 이스라엘의 소프트파워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후츠파를 가로막는 우리만의 특유의 계산하는 방법, 셈법(셈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셈법을 고려한다고들 한다. A를 진행할 경우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B를 실행하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등등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 진행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 벌어질 후폭풍을 계산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만의 후츠파가 있는데도 말이다. 좋은 재료가 있으면서 제대로 된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당리당략에만 빠져 있는 정치인들의 셈법을 깨부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롯이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정치인을 선택할 담대한 후츠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정치인의 덕목을 갖추기보다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만을 고려하는 셈법에 빠진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에 국민들의 후츠파는 새로운 도약에 나서야 하는 대한민국의 거대 담론의 시작임을 우리 모두 명심하자.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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