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영화 '서울의 봄'과 '노량'에 관객 투자시킨 이유
영화 '서울의 봄'이 2주 만에 손익분기점(BEP) 460만명은 물론 500만 관객 동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범죄도시3'에 이어 하반기 1000만 영화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럴수록 수익배분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투자사가 제작사보다 많이 갖는데 배급수수료를 제외하고 제작사가 40%, 투자사가 60%의 배분을 받는다. 그런데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다른 이들이 수익을 배분받는다. 바로 관객 193명이다. 이 관객들이 100만원씩 투자했기 때문이다. 앞서 영화 '서울의 봄'은 온라인 공모를 통해 2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모았다. 내년 11월 말 193명에게 수익금이 돌아간다. 이렇게 관객에게 투자금을 모은 사례는 또 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관객 투자공모를 통해 2억원을 충당했는데 1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었고 모인 투자금액은 영화 홍보비로 사용했다. 500만원 이상은 선착순으로 배우 친필사인 포스터, VIP 초대권, 예매권 등의 투자 인센티브를 줬다.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는 50만원부터 투자공모했고 20분이 안 돼 2억원의 한도가 다 차 3억원을 추가 모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수익을 가져가는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될까. 관객수와 매출액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영화 '한산-용의 출현'의 경우 평균 84만원을 투자한 551명에게 11%의 수익을 돌려줬다고 한다. 위험부담도 있다. 관객이 들지 않으면 손해가 난다.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의 경우 관객이 500만명 이하일 때 32.8% 상당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방식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Securities-based Crowdfunding)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크라우드펀딩인데 크라우드펀딩의 형태는 후원기부형, 대출형, 증권형(투자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유형이라 15억원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한도를 정한 이유는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전체 투자자도 수백 명을 넘지 않는 이유다.
사실 영화에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규모는 크지 않다. 영화 '서울의 봄' 제작비 280억원에서 2억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제작비가 부족해서가 아닌 분위기다. 그렇다면 왜 이런 관객투자를 하는 것일까. 잘 알려진 바로는 홍보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관객투자로 입소문을 좀 더 내려는 전략이다. 이런 투자공모가 개봉이 임박해 이뤄지는 이유다. 물론 관객들에게는 특정 투자자에게만 해당되던 투자수익의 성취감을 줄 수 있다. 물론 정말 영화 홍보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관객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주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전반에 해당한다. 원래 신산업 스타트업들의 자금모집을 위해 2016년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했다. 온라인으로 여러 개인투자자에게 소액의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고위험 상품이므로 발행·투자한도, 전매제한 등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됐다. 그런데 투자자 보호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개인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한도에 대해 유연하게 태도를 바꿨다. 미국은 1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로, 유럽연합은 규제에 한도를 두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펀드같이 집합기구를 통한 투자도 허용했다.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관객이 원하는 영화로 가는 길이다. 근래 한국영화의 위기 가운데 하나는 투자사의 흥행코드 조합에서 비롯됐다. 영화는 투자사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좌우해야 한다. 관객이 투자하고 관객이 누리는 영화산업의 토대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크라우드펀딩의 실질화를 모색할 때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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